HH-32 헬기가 경북 의성군 화재지역에 물을 뿌리는 모습. /뉴스1

경남 산청군에서 시작해 열흘간 하동군, 진주시, 지리산국립공원 등까지 번진 산불이 213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화재 피해를 입은 면적은 1858헥타르(ha)로 축구장 2602개 정도 넓이다.

30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열흘간 이어진 산청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께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뒤 213시간 만이다.

최초 발화 이후 산림당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으로 화재 규모가 삽시간에 커지며 23일에는 인근인 하동 옥종면, 25일에는 진주 수곡면까지 화마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오후 산청 방향에서 넘어온 산불 화재 연기가 경주 진주시 평거동 상공을 뒤덮고 있다. /뉴스1

진주지역 산불의 주불은 발화 2시간 만인 당일 오후 6시 15분쯤 꺼졌다.

그러나 산청·하동 산불은 계속 확산세를 보이며 26일에는 바람을 타고 산청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까지 번졌다.

지리산 산불은 피해 면적이 123㏊로 전체 피해 면적과 비교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험준한 지형과 식생, 강풍 등 요인이 진화대원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리산 산불 현장의 하층부에는 조릿대, 진달래 등이, 중·상층부에는 굴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고밀도로 자라며 헬기가 공중에서 투하한 진화용수가 지표면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다.

낙엽층은 최대 깊이 100㎝에 무게만 ㏊ 당 300∼400t에 달했다. 산불은 낙엽층을 연료 삼아 확산하는 ‘지중화’ 양상까지 보였다.

경사도가 40도에 달할 정도로 급하고 진입로가 없어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 고성능 산불 진화차 등 인력과 장비 투입이 여의찮았다.

게다가 순간풍속이 최대 초당 10∼20m를 넘나드는 강풍이 불며 불티가 이리저리 흩날리는 비화 현상이 생겨 진화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한때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4.5㎞ 떨어진 관음사 인근까지 연기가 피어오르며 국립공원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경남 산청 대형 산불이 사흘째로 접어든 지난 23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민가가 불에 타 있다. /뉴스1

산불이 지속되는 동안 두 차례 비가 오기도 했으나 누적 강수량 1㎜ 미만으로 빗방울이 몇 분간 흩날리는 수준에 그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특수·공중진화대 등 진화대원들이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날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주한미군이 보유한 치누크(CH-47) 기종을 포함한 수십 대의 헬기가 수시로 투입되면서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며 인명·재산 피해도 잇따랐다.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재민은 총 2천158명 발생했으며 주택 28곳,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등 시설 84곳이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