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정문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뉴스1

동덕여대 재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여대에도 남학생들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비즈가 확인한 결과 4년제 여대 7곳 모두가 남학생들에게 부분적으로 수업을 듣도록 허용하고 있었지만, 대학마다 허용하는 범위는 달랐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시위가 진행 중인 동덕여대는 올해 학부 과정에 한국어문화학과를 신설하고 외국 국적 남학생 입학을 허가했다. 이 학과는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총 13명이 입학했고, 그중 6명이 남학생이다. 대학원 과정도 남학생이 입학할 수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이를 두고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정원 외 전형이어서 공학 전환과 무관하다”고 했다.

성신여대에서는 최근 동덕여대처럼 스프레이 페인트(래커) 시위가 벌어졌다. ‘학교가 재학생 동의 없이 남자 편입생을 받았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공학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성신여대는 2013년도부터 뷰티산업학과, 의류산업학과 등 일부 학과에서 합작 전공을 설치해 외국인 남학생 수학을 허용하고 있다. 2025학년도부터는 외국인 전용 학부인 국제학부를 신설해 남자 유학생의 입학을 허가할 예정이다. 대학원 과정도 남학생 입학이 가능하다.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4년제 여자대학인 광주여대는 학부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만 입학 가능한 글로벌융합학부와 성인 학습자 과정은 남학생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광주여대 측은 두 과정 개설을 위해 설문조사 및 설명회와 학생회 면담 등을 거쳐 올해 5월 학칙 개정을 마쳤다.

남학생을 학부 과정에서는 받지 않지만 대학원 문은 열어둔 곳도 있다. 덕성여대와 서울여대다. 하지만 입학하겠다는 남학생은 거의 없어 적은 수의 학생만 다니고 있다. 덕성여대는 대학원에 남학생 10여명이 재학 중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남학생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학위 과정에는 남학생 입학을 불허하는 여대도 있다. 이화여대는 협정을 맺은 해외대학 출신 외국인 교환학생과 국내 대학 학점교류생에 한해 남학생 수학을 허용하지만, 학위가 인정되는 모든 과정은 남학생 입학이 불가능하다. 한때 무용과에 남학생 입학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숙명여대도 외국인 교환학생과 국내대학 학점교류생은 남학생이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특수대학원을 제외하면 학위 과정 남학생 입학이 불가능하다.

여대를 경험한 남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콘스탄츠대를 졸업한 요하네스 홀룬더(26)씨는 2022년 8월부터 5개월 간 이화여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대학원은 고려대로 진학했다. 홀룬더씨는 “교육 측면에서 여성 차별은 거의 사라져 여대가 필요 없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여대에서는 스포츠 같이 일반적으로 여성 참여가 적은 활동들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 아직 여대가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대 존치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적으로 불거져왔다. 2018년에는 약대 정원 중 19%가 여대에 배정된 것이 남성의 직업 선택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2009년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남학생들이 이화여대 로스쿨에 여성만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두 사건에서 모두 헌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