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대학교 건물에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에 대한 학교의 징계가 부족하다고 항의하는 문구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여자대학 재학생들이 학교 측에 항의하는 문구를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캠퍼스 곳곳에 써놓는 이른바 ‘래커 시위’가 최근 동덕여대에서 시작한 뒤 서울여대, 성신여대로 확산하고 있다.

18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캠퍼스에는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학교는 학생을 지켜라’, ‘서울여대는 네 룸살롱이 아니다’ 등의 항의 문구가 곳곳에 적혀 있었다. 성추행 관련 징계를 받은 교수에 대해 학생들이 추가 징계와 해임을 요구하는 구호다.

앞서 서울여대는 작년 7월 A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같은 해 9월 A 교수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학생들은 징계 수위가 낮다면서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교정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A 교수는 지난달 서울 노원경찰서에 대자보 작성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시위가 격화되며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구호가 캠퍼스를 뒤덮었다.

서울여대는 지난 14일 승현우 총장 명의 입장문에서 “학생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도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캠퍼스 곳곳에 문구를 적은) 시설물 훼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들은 19일 노원경찰서 앞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대자보 작성자를 검찰에 송치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캠퍼스에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규탄 게시물이 붙어 있다. /뉴스1

한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도 ‘래커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동덕여대와 마찬가지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이 주축이다. 성신여대는 2025학년도부터 국제학부를 신설해 남자 신입생 입학을 허가할 예정이다. 재학생들은 이 결정을 남녀공학 전환 시도의 일환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교내 잔디광장 인근에서 래커로 구호를 쓰던 성신여대 학생 B(20)씨는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을 규탄한다”고 했다.

성신여대는 국제학부는 정원 외 전형으로 모집 예정이기 때문에 남녀공학 전환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2013년도부터 해외 대학과의 협약을 통해 양쪽 학교에서 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며 “갑자기 교내 남학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는 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래커 시위’는 지난 11일 동덕여대에서 등장했다. 동덕여대는 학생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한 것을 복구하는 데 최소 24억원, 최대 54억원이 든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스프레이 페인트는 스며드는 성질이 강해 복구비가 많이 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제거하기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