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시가가 무려 40억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를 사들이는 척하며 짝퉁으로 바꿔치기한 일당들에게 양형 기준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절도·무고 혐의로 기소된 주범 A(29)씨와 B(33)씨에게 각각 징역 8년, 공범 C(30)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A씨와 B씨는 범행의 주된 책임을 C씨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양형 기준의 상한(5년 6개월)을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강남구 B씨의 매장에서 태국인 시계 판매상을 만나, 스위스 최고급 시계 ‘리차드 밀’ 총 6점(시가 39억6000여만원)을 사들이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한 가짜 시계와 바꿔치기해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3점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위해 제작된 모델로, 1점당 시가가 8억2500만원에 달한다.
수사 기관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태국인 판매상에게 리차드 밀 5점을 주문하며, 암호화폐 USDT(테더)를 1억6500만원어치를 계약금으로 보냈다. 판매상이 물건을 가지고 한국에 입국해 B씨의 매장에 도착하자, C씨는 ‘사진을 촬영하겠다’며 주문한 시계 5점과 판매상이 손목에 차고 있던 1점 등 리처드 밀 총 6점을 매장 내실로 가져갔다. C씨는 그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둔 같은 모델의 ‘짝퉁’과 바꿔치기했고, 이를 외부로 빼돌렸다.
이후 태국인 판매상이 범행을 인지하고 항의하자, C씨는 오히려 “명품 시계를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을 보냈는데 시계를 감정해 보니 가짜로 판정이 났다. 사기 거래로 처벌해 달라”며 국내 경찰에 신고했다. 판매상은 사건 당일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이 모든 것은 A·B씨가 사전에 설계한 범행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C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폭행하고 협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A·B씨가 주범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체포 직후 유치장에서 ‘지금부터 모든 걸 C의 계략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조사받을 때도 꼭!’이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B씨에게 보내려다 들켰다.
현재 시계 6점 중 4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한편, 거액의 시계를 국내에 밀반입한 태국인 판매상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관세 당국에 적발돼 지난 1월 검찰에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