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서 관계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80%를 비수도권 의대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 지방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의대에 진학하기 더 쉬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재의 의대 정원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 1등급을 받은 수험생 수를 비교하면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의대에 진학하기 3배 어려운데, 앞으로는 경쟁률 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 인원과 의대 정원을 지역별로 비교해 17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수도권 고3 중 수학 1등급을 받은 인원은 6277명이다. 수도권 지역 12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정원 993명의 6.3배다.

서울에서는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이 3284명으로 서울권 9개 의대 정원(864명)의 3.8배다. 경기·인천권에선 수학 1등급 고3이 2993명으로, 경인권 3개 의대 정원(129명)의 23.2배에 이르렀다.

비수도권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고3은 3346명이다. 비수도권 27개 의대 정원(2023명)의 1.7배 수준이다. 강원은 수능 1등급 인원이 97명이지만, 지역 내 4개 의대 모집 정원은 267명에 달한다. 의대 정원 대비 수능 1등급 학생 비율이 0.4배에 그쳤다. 호남권은 1.5배, 충청권은 1.8배, 부산·울산·경남은 2배, 대구·경북은 2.2배, 제주는 2.4배다.

현재 고교 교육 과정에선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는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 수능을 치르고 있다. 이후 수학 1등급은 90% 이상 이과 학생들로 추정된다. 종로학원은 최상위권 이과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분석했다.

수도권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방대 의대에 진학한다면 거주 지역에 따라 의대 진학 난이도에 차이가 없지만, 2016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의대에는 지역인재전형이 도입됐다. 현재 지방 의대는 정원의 40%(강원·제주는 20%)를 해당 지역 학생들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은 부산 동아대(89.8%)가 가장 높고, 부산대·전남대도 80%를 지역인재로 채운다.

현재 의대 정원(3058명) 가운데 수도권 의대는 13개교 1035명(33.8%)이고, 비수도권 의대는 27개교, 2023명(66.2%)이다. 정부 방침대로 증원되는 2000명을 2대8 비율로 배분하면 수도권 의대 정원은 13개교 1435명(28.4%),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7개교 3623명(71.6%)이 된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원도 늘어나고 지역인재 선발도 많아지면 비수도권 고3들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난이도는 수도권 학생들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은 “향후 의대 정원 확대가 어느 지역에 집중됐는지, 지역인재 확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지역 간 의대 경합 구도 격차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