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시 안심소득을 지원받고 있는 1단계 시범사업 참여 가구주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모녀’ 10주기를 맞아 “10년 전 그때 안심소득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세 분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누구나 불행이 닥치면 약자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복지는 엄마의 품 같아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안심소득을 만들어 가겠다”며 이같이 적었다. 앞서 서울 송파구 반지하 주택에 세들어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은 생활고 끝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2014년 2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시장은 “10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던진 묵직한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면서 “‘복지제도 좀 알기 쉽게 해주면 안 돼요? 내가 무능력자라고 증명하는 거 너무 힘들고 자존심 상해요’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이어 “지나치게 복잡하고 누더기가 된 기존 복지와는 결별하고, 단순하면서도 든든한 복지를 도입해 세 모녀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안심소득은 오 시장의 핵심 복지정책이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을 받는 하후상박 구조로 설계됐다. 2022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분석 결과 안심소득을 받은 가구는 근로소득이 증가하고, 식품·의료·서비스·교통비 등 필수재화 소비가 늘었다. 정신건강 개선 효과도 있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에 대해 “복잡한 기준을 다 없애고 소득과 재산이 적으면 지원한다”며 “형편이 어려우면 많이, 상대적으로 괜찮으면 적게 지원하는 재정 합리성까지 갖춰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송파 세모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돌봄체계를 확립해 사각지대 없는 ‘K-복지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선제적 대상 발굴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밀착 돌봄을 제공하며, 안심소득을 제공해 시민의 자립을 돕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올해를 K-복지 원년으로 삼았다.

먼저 위기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상 발굴 방법을 개선했다. 모니터링 대상을 11만가구에서 23만가구로 대폭 확대한다.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고독사 위험이 높은 1인 가구 등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약자를 포괄했다. 위기가구 발굴은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가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지역 내 취약계층을 점검하고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관리 방식도 개선한다. 전기요금·통신비·국민연금 체납 등 39종의 데이터에 수도 요금·가스요금 체납 등의 데이터를 더해 총 44종의 데이터를 취약계층 위기 징후 감지에 활용한다. 지역 내 주민과 명예공무원으로 구성된 돌봄단은 주 1회 대상 가구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정기 지역순찰도 병행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안심소득 정합성 연구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에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장애인 돌봄가족 등도 포함해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가 어려움을 빠지는 것을 예방한다. 서울시는 “가족 부양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영케어러에 대한 지원은 오 시장이 직접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광범위한 보편적 돌봄보다는 개인에게 꼭 필요한 돌봄을 적시적기에 제공하는 선별적 돌봄에 초점을 뒀다. 고독사 위험가구에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이용한 스마트 안부확인서비스와 우리동네돌봄단의 주기적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1인 가구, 가족이 돌봐줄 형편이 안 되는 시민에게 긴급·일시 돌봄을 제공하는 ‘돌봄 SOS’를 복지 약자 중심으로 개편한다.

지원 대상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발을 딛도록 자립 의지를 북돋우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울시는 “여러 지원 중 가장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식인 안심소득으로 자립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출범한 안심소득 정합성 연구 태스크포스(TF)에서 안심소득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연계방안을 검토해 안심소득 수급자에게 꼭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 대상자가 생계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안심소득이 즉시 지원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재구조화해 안심소득을 전국에 확산하기 위한 복지제도 개편안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