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업장에 일이 많으면 근로자들이 하루 이틀 정도 밤을 새워서라도 몰아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이 연장근로 시간 계산법을 기존과 다르게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하루에 8시간 넘게 일하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근로수당은 그대로 줘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1주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더라도 1일 법정 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하면 연장근로라고 봤다. 이 연장근로가 1주일에 121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처벌했다.
바뀐 행정해석에 따르면 1주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연장근로로 본다.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든 주 52시간 이내이기만 하면 위법이 아니라는 취지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7일 연장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한 판결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했는지 따질 때 ‘1일 8시간’ 초과분을 각각 더하는 게 아니라, 주간 근무시간을 모두 더해 52시간을 초과했는지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관련 조항이 다소 불분명하다. 근로시간이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당사자간 합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노동당국은 이를 근거로 ‘하루 법정 근로시간 8시간’을 연장근로시간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이고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루에 일한 시간과 관계 없이,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가상의 근로자 A씨가 일주일 중 이틀은 15시간, 사흘은 6시간 일했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14시간(7시간씩 이틀) 초과근무한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방식에 따르면 A씨는 일주일간 총 48시간 일했고, 52시간 이내이므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노사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의 최종 판단 및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변경한 행정해석은 현재 조사 중이거나 감독 중인 사건에 즉시 적용된다.
바뀐 행정해석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밤샘근무를 시킬 수 있게 돼 건강권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용부는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연장근로수당은 지급 기준은 ‘1주 40시간·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야 한다는 기존 해석을 유지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 모두 근로시간 법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