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개는 안 물어요’ 같은 말씀 하시는 견주분들 많습니다. 환상에서 벗어나셔야 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늑대와 같은 본능이 튀어나와 사람을 공격할지 모르는 겁니다”.
김민철 경찰견종합훈련센터 교수요원은 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송병일 원장) 안병하홀에서 열린 ‘개 물림사고 예방과 후속조치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정부, 시민단체, 대학 등 96개 기관, 350명 넘는 사람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경찰이 개 물림 사고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개가 사람을 물어 생기는 피해 건수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개 물림 사고로 인한 환자 이송 건수는 1만1152건이다. 개에 물려 구급차를 탄 사람이 하루 6~7명이라는 얘기다.
현장에서 만난 소방청 관계자는 “개에 물린 뒤에 스스로 병원까지 가거나, 별 상처를 입지 않았다 판단해 병원에 오지 않으면 통계에서 빠진다”라며 “개 물림 사고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개 물림 사고는 경우에 따라 신체절단, 사망까지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지난 5일 경북 성주군 대가면의 한 마을에서 60대 남성 A씨가 개에 물려 손가락 하나가 잘리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21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산책을 하던 중 개에게 물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내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기준 1306만명으로 추정된다. 반려견 규모와 개 물림 사고 건수가 계속 늘어나는 데 반해 개 물림 사고 예방에 필요한 시스템은 기본적인 틀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이날 강연자로 나선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장은 “영역 공격성, 소유 공격성, 특발성 공격성 등, 반려견이 드러내는 본능적인 공격성 종류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라며 “이러한 공격성은 반려견들 뇌 속 신경계나 호르몬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어도 완벽히 통제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철 경찰견종합훈련센터 교수요원은 “개 물림 사고와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개가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공격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척도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아직도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며 안이하게 생각하는 견주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가 본능의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려면 행동교정과 약물 요법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아 충북대 수의행동의학과 교수는 “훈련이 아무리 잘 돼있어도 관리가 어려운 개들이 분명히 있다”라며 “이럴 경우 세로토닌처럼 충동을 줄여주는 약물을 상황에 맞게 투여해 반려견을 관리해야만 이들의 본능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공군과 육군 관계자들도 여럿 참석했다. 공격성이 높은 군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노하우를 들으러 온 것이다. 육군에서 군견 훈련을 담당 중인 표성배 교관은 “군견이 아군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이들이 퇴역 후 민간에서 살 수 있으려면 공격성을 줄이는 방식도 배워야 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