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늘어난 평균 수명은 우리에게 축복인 동시에 커다란 부담이기도 하다. 은퇴 후 살아야 할 기간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 2막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면 인생 전반부만큼, 혹은 그보다 더 풍요로운 후반부를 누릴 수도 있다. 조선비즈는 인생 후반부를 대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중장년층,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20대 때와 같은 포부로 인생 2막을 설계한 40대들의 사례를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새로운 직업에 도전해봐야겠다.” 많은 40대들이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 또 자신의 역량에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의 직장과 비교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덜 막막하도록, 기존 경력과 연계되어 연착륙할 수 있는 직종을 안내하고 있다.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고 짧은 기간 교육을 받으면 되는 직무도 정리해 놓았다.
◇경력 활용하거나 연계할 수 있는 직업에서 안정감
중장년층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데 있어 경력 연계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이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전선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전문 분야가 전기 쪽인데 암만 해도 그쪽의 영향이 크죠. 습득도 빠르고 이해도 빠르고. 그리고 사실 다른 쪽보다는 접근하기가 쉽다는 거죠.”
40~60대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은 재취업 직종을 고를 때 경력을 활용하거나 연계할 수 있고, 취미나 흥미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고 안정감을 느낀다”며 “경력, 취미, 흥미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력이 있거나 전문자격이 있는 중장년 미취업자는 각 지자체의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충남 아산시는 관련 경력 3년 이상인 경우나 산업안전기사·산업위생관리기사 등 자격 보유자에게 중소상공인 기업이 산업안전보건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기업지킴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는 은행권이나 재무회계 3년 이상 경력자에게 골목 상권 소상공인이 점포 운영에 필요한 재무 정보를 알려주는 ‘소상공인 재무 컨설턴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시는 복지·관광 관련 경력이 3년 이상이거나 사회복지사 등 관련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 장애인 등 관광 약자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트래블 헬퍼’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중장년층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합한 직무도 제시하고 있다.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 중단기 교육·훈련만 마치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직무, 새롭게 등장한 직무지만 젊은 세대보다 경험과 전문성이 있으면 더 유리한 직무 등이다. 이런 직무는 2022년 기준으로 총 74개, 세부 직업으로는 245개다.
경험·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로는 상담전문가, 청소년 지도사, 경영진단 전문가 등이 꼽혔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맞춰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고 도움을 제공하는 산업카운슬러(감정노동상담사), 고령화 시대에 맞춘 노년플래너도 포함됐다. 기업의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직무 가운데 단기간의 직업훈련만 거치면 되는 직업으로는 소형건설기계 기술자, 조경기술자, 전기설비 기술자 등이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이 취업하기 쉽고 전망이 좋을 것으로 보이며 40대 전직 수요가 있는 직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선정된 직업은 지속가능경영(ESG)전문가, 빌딩정보모델링(BIM)전문가, 빅데이터전문가, 자연환경해설사, 에너지어드바이저, 디지털금융강사, 행사기획자, 가구제조수리원, 물품이동장비조작원, 도배원, 배관원, 건축도장원, 용접원, 보일러 설치·정비원, 전기기사·전기안전관리자, 법률사무원, 특수용접원, 데이터거래전문가, 생애경력설계사·전직지원전문가, 중고자동차진단평가전문가, 스마트시티CCTV관제사, CCTV관리지도사, 지게차·굴삭기 기사 등 총 23개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인기 자격증 1위…대기환경기사 자격증 구인 공고 늘어
미리 자격증을 따서 퇴직 후를 대비할 수도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2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12만 281명으로 5년 간 약 88% 증가했다. 40대도 약 27%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인증 일자리 정보가 제공되는 워크넷에서 2020년 기준으로 구인 공고 인기 자격증은 1위 지게차운전기능사, 2위 건축기사, 3위 한식조리기능사, 4위 전기기사, 5위 토목기사다. 탄소중립 정책이 중요해지면서 대기환경기사 자격증은 2018년 24위에서 2019년 20위, 2020년 13위로 상승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나이나 기존 경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자격증으로 숲해설가, 관광통역안내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직업상담사를 꼽았다.
숲해설가는 휴양림과 수목원 등에서 탐방객들에게 자연 생태와 숲의 역사를 설명하고, 체험활동을 연계하는 일을 한다. 산림청장이 인증한 숲 해설가 양성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이론·시연 평가에서 각 70점 이상을 받으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응시자격에 제한은 없다.
관광통역 안내사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통역과 함께 다양한 투어를 진행하는 전문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중에서 1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공인어학시험 성적서를 내고, 국사·관광학개론·관광법규 시험에서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한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자격증은 따로 없고, 각 시·군별로 모집한다. 관광객에게 문화 유적의 역사와 문화·자연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과 안내를 제공하고, 문화재와 관광자원을 보호하는 활동을 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외국어나 문화재, 고미술 관광 건축학 관련 학과를 2년 이상 수료하면 우대를 받는다.
청년이나 재취업하려는 구직자에게 직업정보를 제공하는 직업상담사도 있다. 400시간 이상의 교육시간을 이수한 뒤 내부평가, 외부평가 3단계 통과 하면 자격증이 발급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