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펜싱학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한 건물 1층에 ‘남현희 펜싱클럽’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업 중’이라는 설명과 달리, 이날 찾은 펜싱학원은 불이 꺼져 있었다. 이곳은 평일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고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강습 체험을 받는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같은 건물 1층에는 PC방이 있다. PC방을 찾는 이들은 펜싱학원을 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펜싱학원이 건물 입구에 위치해있는 데다, 외부에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PC방을 찾은 학생들은 “어제는 (펜싱학원에서)수업이 있었다”며 “10~20명 규모의 인원들이 강습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남현희씨가 재혼 의사를 밝혔던 전청조씨와 구설에 오르자, 이날 학원 운영을 멈추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출근한 직원들은 취재진이 몰려들 것을 우려해 문을 닫고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 통학 때문에 자주 이곳을 지난다는 한 주부도 “이전까지는 수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펜싱학원 재개 일정은 안갯속이다. 남씨와 전씨가 펜싱학원 일을 같이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여성조선 인터뷰에서 펜싱학원에서 “같이 일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아이를 해당 펜싱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기(남현희 펜싱 아카데미) 엄마들도 술렁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강생 학부모들 사이에선 전씨가 이곳에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점을 노리고 남씨에게 접근했고, 최종 (사기) 목적은 남씨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결혼 계획을 발표한 언론 인터뷰를 계기로 확산한 전씨의 성별과 사기 전과 의혹 등은 모두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남자로 알려졌던 전씨의 주민등록번호는 뒷자리는 ‘2′로 시작하는 법적 여성이며, 법원 판결문을 통해 그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3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추가로 전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도 이어지는 중이다. 한 유튜버는 자신이 진행하는 강의에 참여한 전씨가 수강생들을 상대로 수억원대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남씨 친척도 전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씨 역시 재혼 상대였던 전씨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로 두 사람의 결혼 계획을 알린 지 불과 3일 만이다. 이전까지 남씨는 전씨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불거질 때도 전씨를 믿었다고 한다.
전씨는 이날 오전 1시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남씨 모친 집을 찾아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남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 남씨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씨 모친 집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오전 6시20분쯤 석방했다. 전씨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하기로 하고, 남씨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전씨가 남씨 주변 100m 이내에 접근하거나 전화·메시지 이용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편 남씨와 전씨의 재혼 계획 및 결별 사실이 대중적 관심을 끌면서 남씨가 운영하는 펜싱학원의 20대 코치 A씨가 이 학원에 다니던 여중생을 수개월간 성폭행했었다는 과거 의혹도 재조명되고 있다. JTBC 등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지난 7월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수사는 그대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