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 /뉴스1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돼 입건 전 조사(내사)를 앞둔 가운데, 연예인과 유명인들의 잇따른 마약 사건들로 인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하면서 마약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른 시일 내 이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씨를 입건 전 조사자(내사자)에서 정식 수사 대상자인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이씨는 과거 드라마 ‘파스타’, 영화 ‘끝까지 간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유명 배우다. 지난 201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그는 평소 착실하고 건실한 가장(家長) 이미지를 쌓아와 다수의 광고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연예인의 마약 범죄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오는 11월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과 대마 등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룹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지난 2020년 배우 하정우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그룹 빅뱅 출신 탑도 2016년 대마 흡연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배우 주지훈도 200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선고를 받았다.

이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유명인들의 잇따른 마약 투약 범죄가 일반인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8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약 1만8000명으로, 역대 최다다. 이 중 10대 마약 사범은 875명으로, 지난해(481명)보다 대폭 늘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사범 중 기소유예, 훈방으로 감옥을 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 마약 사범으로 적발되고도 잡혀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마약을 하면 무조건 잡혀간다는 인식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약사건 전문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 역시 “최근 일부 연예인들 기소유예 처분으로 경각심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마약 범죄에 연루돼 실형을 사는 연예인은 손에 꼽는다.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지난 9월 필로폰 매수와 투약 혐의로 징역 2년형을 받은 정도다. 유명인 중에서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2021년 필로폰 투약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과거 마약 투약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어 실형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마약 사범을 대하는 로펌에서도 일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익명을 요청한 중독재활 관련 전문의는 “최근 마약류 사범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우선 치료부터 시작하라고 안내하는 것 같다”며 “재판 이전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형사법 소송 전문 한 변호사는 “초범인 경우 치료 이력 등을 제시하면 재활을 위한 노력을 일정 부분 인정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