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가 엄마 품에 안겨 등원하고 있다. /뉴스1

이른바 ‘영어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6곳 중 1곳은 영유아가 ‘4세 고시’라고 불리는 레벨테스트를 통과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7세의 원아들에게 하루에 9시간 넘게 수업하는 곳도 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유아 영어학원 특별점검 결과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함께 분석한 결과, 전국 유아 영어학원 847곳 중 144곳(17%)이 사전 레벨테스트를 활용해 원아를 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충북(38%), 충남(29%), 인천(28%), 경기(25%), 경남(23%), 전북(20%), 전남·울산·강원(각 17%), 서울·광주광역시(각 15%), 대전(9%), 부산(3%) 순이었다. 김영호 의원실은 “레벨테스트를 보는 것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학원 일부가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의 반일제 이상 영어유치원의 하루 평균 교습 시간은 4시간 57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등학교 1~2학년의 하루 평균 수업 시간(3시간 20분)보다 길고, 중학교 1학년 수업 시간(4시간 57분)과 같은 수준이다. 서울 동작구의 버틀러 어학원의 하루 평균 교습시간은 9시간 36분이나 됐다. 아토리 송파캠퍼스어학학원, 숲아이쉽뜰종합학원의 하루 평균 교습시간도 9시간이었다.

일반적인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 과정)은 하루 4~5시간 운영되지만, 대부분 놀이, 활동 위주로 수업이 구성됐다. 유아 영어학원에서 원아는 대부분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등 학습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김 의원은 유아 영어학원이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걱세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지난 2020년 11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의 70%가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정서 발달에 부정적’(90%), ‘낮은 학습 효과’(42%), ‘영어 학습 거부’(21%) 등을 들었다. 전문의들은 조기 인지 교육을 받은 영유아들이 짜증·분노·공격성 등 감정 조절이 어려운 정서 문제(52%), 부모와의 관계 악화(48%), 학습 거부 등 행동 문제(41%) 증상 등을 보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우리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영유아들이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한줄 세우기’ 레벨테스트를 받으며 벌써부터 입시 지옥을 체험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