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과 대학생 등이 익명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계정을 사고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보 공유나 홍보 목적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살인 예고나 특정 집단 혐오 글 게시와 같은 불순한 의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나 이용자들 사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에타’를 검색한 결과, 계정을 사고파는 채팅방이 20개가량 나타났다. 에타는 에브리타임의 줄임말이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익명으로 학교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에브리타임 가입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입자는 학생증, 재학증명서, 졸업증명서 등으로 재학 또는 출신 학교를 인증한다. 외부인이 접속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돈’으로 까다로운 가입 절차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이미 가입한 계정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재학 중이거나, 출신 학교가 아니라도 원하는 대학 계정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대학별 계정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판매자 A씨는 “수요가 많은 상위권 대학은 약 10만원, 여대는 8만원 정도”라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계정은 반값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판매자 B씨는 “판매할 수 있는 계정은 고려대밖에 없다”며 “서울대, 연세대는 5만원에 공유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계정은 이미 한 차례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정 구매를 희망하는 인원 대다수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추정된다. 커뮤니티 내 중고 거래 게시판을 통해 쓰지 않는 전공 서적을 빠르게 거래할 수 있고, 정보 게시판에서 동아리나 봉사활동과 같은 대외활동 홍보 글을 올려 필요한 인원을 손쉽게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는 불순한 목적으로 계정을 구매하기도 한다. 수도권 내 한 대학 계정을 구매한 이는 해당 학교를 깎아내리는 비하 글을 올리는가 하면, 여대 계정을 구매해 젠더 혐오 글을 올린 사례도 있다. 한 여대 에브리타임에서는 익명 계정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인 ‘메퇘x’, ‘쿵쾅x’ 등을 사용한 글을 올려 이용자들의 불쾌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한 30대 남성이 경찰 계정을 구매해 살인 예고 글을 게시했다가 구속 송치된 사례가 있었는데, 익명 사이트의 폐해가 대학생들의 커뮤니티 공간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한 로펌의 변호사는 “계정도 소유권이라서 양도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연이은 묻지 마 범죄로 시민들 불안감이 극한에 치달은 상황에서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