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서울올림픽 때 메인 스타디움과 축구 국가대표 경기, 세계적 가수들의 내한공연장으로 쓰인 서울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다. 주경기장은 3년 간의 공사를 거쳐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29일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를 착공했다고 밝혔다.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장소라는 역사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시설을 재배치하고 복합화해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한다. 준공 예상 시기는 2026년 12월이다.
잠실주경기장은 1984년 완공됐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회식·폐회식,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폐회식 등이 진행됐다. 최대 10만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어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렸다. 폴 매카트니, 엘튼 존 등 세계적 가수와 조용필, 싸이, 방탄소년단(BTS) 등 국내 가수들이 공연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이 잠실주경기장을 설계했다. 조선백자의 우아한 곡선미를 응용해 외관을 디자인했다. 스탠드 1·2층을 분리하고, 출입구를 54개로 분산 배치하여 10만명의 관중이 30분 내에 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잠실주경기장은 준공 후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시설이 노후화됐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로 하고, 2018년 5월 국제지명설계 공모를 통해 나우동인건축사무소의 ‘공명하는 대지, 잠실’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설계는 올해 7월 마무리됐다.
서울시는 향후 올림픽을 다시 개최할 것을 대비해 경기장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주경기장 상부 관람석 3만여개와 육상 트랙을 전면 교체하고, 장애인 관람석 358석을 추가 설치한다. 남측에만 있던 전광판을 북측에 추가로 달고, 북측 관람석 출입구를 확장한다. VIP실 인테리어를 개선해 내부 관람환경도 개선한다.
주경기장 외부는 리브·캐노피 등 구조체 원형을 보존해 역사성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외부에 설치된 기존 콘크리트 데크는 철거하고, 탄천과 한강을 잇는 폭 30m의 보행광장(울림광장)을 조성해 시민 접근성을 높인다. 또 주경기장 데크 시설을 증축해 전문 체육시설과 생활체육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동측 체육시설동(증축동)에 트라이애슬론, 태권도, 펜싱, 탁구, 육상, 복싱, 체조 종목 전문체육인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체육시설과 합숙소를 배치한다.
서울시는 잠실주경기장이 국제 경기와 전국단위 경기 등을 개최할 수 있는 1종 육상경기장 공인을 획득할 수 있도록 대한육상연맹 자문을 받아 설계에 반영했다. 서울시는 잠실주경기장 일대를 도시공원 콘셉트의 도심형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이자 일상적 시민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주경기장 리모델링과 함께 잠실학생체육관을 이전해 다이빙장이 포함된 수영장을 학생체육관 내부에 신설한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과 연계해 민자수영장과 보조경기장도 지어 체육시설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생체육관 내 수영장은 민자수영장(설계 중)과 연계해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공인 1급 수영장으로 설계했다. 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계기로 주경기장에 한강 물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인 ‘수열에너지’를 도입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냉방 시스템도 구축한다. 주경기장 냉방의 35%를 수열에너지로 공급한다. 이 경우 화석연료 사용 대비 온실가스를 연간 약 1450t 감축할 수 있다. 소나무 21만90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매년 2억2000만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