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해외로 떠나는 이용객들이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이모(24)씨는 지난달 이탈리아 소렌토 여행 때 묵으려던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호스트)으로부터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출국 바로 전날 벌어진 일이라 부랴부랴 다른 지역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고 기존 여행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에 손해 배상 절차를 문의했으나 2일인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조차 받지 못했다. 이씨는 “황당해서 취소 사유를 물었는데도 답도 없었다”며 “내가 취소했으면 위약금 50%를 물어야 하는데,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취소해놓고 보상도 안 해주니 답답하다”고 했다.

에어비앤비는 ‘누구나 숙소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념 하에 개인 사업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집이나 공간을 빌려줄 수 있도록 숙박업 진입 문턱을 낮춰 호스트와 소비자를 불러모았다. 이렇다보니 숙박업소 운영 경력이 짧은 일부 호스트가 준비가 미흡하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생겼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갑자기 취소 통보를 당한 소비자는 여행 일정에 근접해 숙소를 다시 구하느라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지만 에어비앤비로부터 별도 보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2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국제선 여객 수는 555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27만9000명)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를 떠나는 7~8월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에어비앤비 숙박 건수는 약 1억2100만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에어비앤비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이씨처럼 숙소 주인인 호스트가 여행 직전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해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할 경우 피해를 본 여행객들을 위한 별도의 보상책은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에어비앤비 약관에 따르면, 호스트가 예약을 취소할 경우 영업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 특히 호스트에게 예약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수료는 피해를 본 여행객이 아닌 에어비앤비가 가져간다. 여행객들에게는 취소된 숙소 인근 지역의 비슷한 가격대 호텔 등 숙소를 안내해주는 ‘에어커버’ 제도가 있지만, 숙박요금은 똑같이 내야 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면 호스트에게 위약금을 납부해야 한다. 예약 후 48시간 이내 취소하거나, 입실까지 14일 이상 남았을 경우에만 전액 환불된다. 대다수 호스트가 적용하고 있는 기준은 5일 전까지 예약을 취소해야만 예약금을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그 이후로는 50%만 환불된다.

국내에 피해 보상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숙박업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환불은 물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 시 예약하는 숙소 호스트 절대 다수가 외국인이라 국내 규정을 가지고 손해배상을 강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더구나 소비자분쟁해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따르지 않아도 별도의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근거로 에어비앤비와 호스트에게 배상을 강제하긴 어렵다”며 “해외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내 규정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상책임과 관련한 약관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없는 상태에서 신규 조항을 개설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