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위원장.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40원(2.5%) 인상된 금액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19일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갔고, 이날 오전 6시쯤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에 소속된 근로자위원들은 전날 회의에서 8차 수정안으로 시급 1만58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10.0% 높은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소속된 사용자위원들은 8차 수정안으로 9805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1.9% 높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회의를 마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를 비롯한 사용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금액 격차가 최초 요구안의 2590원에서 775원으로 줄었지만 양측이 합의를 이루기에는 간극이 크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전날 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으로 9820~1만150원을 제시했다. 자정을 넘긴 뒤에도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논의 끝에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원과 986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1만원이 8표 나오며 내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기권은 1표였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은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었으나, 김 처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 농성을 벌이다 진압하는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구속되면서 해촉됐다. 이에 따라 표결은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6명이 실시했다. 투표 결과는 공익위원 대부분이 사용자위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근로자위원인 정용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왼쪽)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심의 과정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 지가 관심을 모았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9%만 오르면 1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5.1%, 5.0% 올랐기 때문에, 내년에는 1만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노동계가 10여년 째 요구한 ‘최저임금 1만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올해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해로 기록됐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된 뒤 3차례 제도가 변경됐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 적용된 2007년부터 작년까지 최장 심의기일은 2016년의 108일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걸린 기간은 11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