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30여 일 앞두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일부 학원이 수업을 갑자기 폐강하거나 강의실 면적을 축소하는 공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이 ‘사교육 입시 카르텔’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나선 후 현장 점검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위법 사항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학원이 대책 없이 수업을 없애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 /홍다영 기자

지난 7일 대치동 A학원 과학탐구 일타 강사 B씨는 수험생들에게 수업을 폐강한다고 공지했다. B씨가 진행하는 수업은 주로 수능 과학탐구 영역 만점을 받아 의대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현장 감독을 나와 점검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받고 폐강 수순을 밟게 됐다.

문제가 된 것은 학원 운영 방식이다. 수강생들은 B씨가 운영하는 A학원에서 수업을 등록하고 학원비를 납부한 뒤 직선 거리로 150m,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C학원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기자가 지난 7일 A학원을 찾았을 때도 수납 창구 옆에 B씨의 수업 과정과 함께 C학원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B씨는 폐강 공지글에서 “어떤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서 제가 수업하는 C학원으로 실사를 나왔다. 교육청은 수납은 A학원에서 했는데 수업을 C학원에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수업을 할 강의실을 구할 수 없다는 것도 폐강 이유가 됐다. 서울시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는 강의실 면적을 30㎡(약 9평) 이상 135㎡(약 40평)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1㎡당 수용 인원은 1명 이하다. 교실 하나에 135명이 넘는 학생을 수용하면 안 된다.

B씨는 “제가 수업하는 C학원을 포함해서 대치동 대형 학원은 모두 이 조항을 지키기 위해 최근 교실 공사를 하고 있다”며 “비대면 전환(인터넷 강의)이라도 하기 위해 (교육청 등에) 접촉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폐강하게 됐다. 등록한 수강료와 교재비는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신문규 교육부 기조실장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30일 서울 대형 입시전문학원에서 현장 합동 점검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B씨가 강의실과 관련해 언급한 것처럼,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강의실 면적 기준을 지키지 않고 수험생을 초과 수용하다가 적발된 학원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학원은 최근 일부 강의실 면적을 135㎡ 이하로 맞추기 위해 가벽을 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학원에서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붙어있는 강의실 벽을 터서 수업했다”며 “학원은 (설립 시) 강의실 평면도 등을 등록해야 하는데 일부 학원이 (강의실 변경을) 알리지 않고 벽을 터서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최근 이같이 시설을 임의로 변경한 학원에 사안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수능을 앞둔 일부 수험생들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험생들은 유명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채팅방에서 “(수업이 갑자기) 폐강돼서 혼란스럽다”, “같은 과목이라도 선생님마다 문제 풀이법이 조금씩 다른데 수능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강의실에 가벽이 설치됐는데 9월 모의평가나 월례 시험 등을 치를 때 불편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 폐강 공지. /인터넷 캡처

하지만 학원가에 대한 단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주간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32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혹(50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31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36건), 허위·과장 광고(54건) 등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서울 강남 소재 E학원은 가벽을 이동시키는 등 시설을 임의로 변경했고, 학원 수업과 독서실을 끼워 팔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F학원은 가벽을 철거했다. 서울 강남 소재 G학원은 강의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시설을 임의 변경했다. 강남의 H학원도 가벽을 이동시켰지만 강의실 수용 인원이 규정보다 많았고, 스터디카페를 학원 부속시설로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