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전처에게 10년 넘게 양육비를 주지 않던 전 남편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밀린 양육비 1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그는 양육비를 미지급한 혐의로 입건된 국내 첫 피의자다.

법원과 정부의 잇따른 제재에도 꿈쩍 않던 그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자 부랴부랴 양육비 지급에 나선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자는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되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그래픽=정서희

10일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는 전날 양육자에게 1억원에 달하는 양육비 체납액을 전부 지급했다. A씨는 해당 혐의로 수원지검 안산지청 여성·강력사건전담부(부장검사 김재혁)에서 수사를 받는 중이다.

A씨는 2010년 전처와 이혼하고 13년간 양육비를 미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혼 당시 법원은 A씨에게 자녀 한 명당 50만원씩 매달 10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하라고 판시했지만, A씨는 이를 어겼다. 전처가 A씨를 경찰에 고소할 당시 체납액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법원 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2020년 A씨에게 양육비 이행명령을 내렸지만, A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자 감치명령(구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A씨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2021년 A씨에게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부가 양육비 채무자를 직접적으로 제재한 첫 사례다. 그해 12월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법원과 정부의 조치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자, 전처는 지난해 A씨를 형사고소했다. 경찰은 선례가 없는 만큼 여성가족부 등과 법리 검토를 거쳐 A씨의 혐의를 따졌다. A씨의 혐의는 인정됐고 지난해 말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 송치됐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A씨는 돌연 밀린 양육비를 전부 지급했다. 검찰 처분을 앞두고 형사 처벌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는 실형에 처할 수도 있게 됐다. 감치명령 결정을 받고도 1년 안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피해자를 대리한 민승현 디라이트 변호사는 “형사고소 1호 사건의 피의자가 된 A씨가 실형 등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형사처벌 조항이 도입되면서 순기능 중 하나가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