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노동조합이 음주운전으로 징계처분을 받게 된 조합원을 위해 탄원서를 작성해달라고 조합원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경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과도한 처분을 막으려는 취지라고 해명하지만,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범죄를 비호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7급 직원인 A씨는 지난해 6월 19일 음주운전 상태로 회사 인근 부지로 차를 몰았다. 그러다 접촉사고가 났고 A씨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씨는 앞서 한 차례 음주운전으로 이미 면허가 정지된 상태였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2016년 10월 화재 사건으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2명이 사망한 일로 화재 사건에 민감한 편이다. 또 A씨가 사고를 낸 곳은 공공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하수처리장 인근으로 불이 번지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A씨는 1월 27일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런데 이 회사 노조가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소속 조합원인 A씨를 위한 탄원서 작성을 다른 조합원들에게 요청했다. 이에 반발하는 직원들이 생겨났다. 회사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음주 무면허 사고인데 어떻게 이걸 탄원서를 받나”, “공단 스스로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거 같다. 동료로서 감쌀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사회적 지탄이 되는 범죄”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노조 사무국장은 블라인드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음주사실에 대한 죄를 경감코자 하는 목적으로 요청한 것이 아니라 사측에서 별도의 음주운전 사건 처리 기준이 있음에도 당연퇴직 등의 조항을 운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사회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과도한 도덕율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에 규정 이상의 과도한 징계 남용이 되는 것을 막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인사조직 운영기준에 따르면 2회 음주운전을 한 경우는 중징계에 해당해 해임이나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이보다 수위가 낮은 인사규정시행내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2회 음주운전의 경우 강등에서 정직 처분에 그친다.
노조는 내부 반발에 탄원서를 인사위원회에 제출하지 않았으나 A씨는 내규상 가장 낮은 ‘강등’ 처분을 받았다. 공단 관계자는 “A씨가 평소 매우 성실하게 근무해왔고, 앞서 한 차례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법적 처분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본인이 직접 신고를 해서 사고 수습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강등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권순필 대구시설관리공단 노조위원장은 “음주운전을 감싸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탄원서 용도는 외부 인사위원들에게 A씨 평소 근태와 성실성 등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이를 실제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는 용도로 쓰지도 않았다”면서 “징계는 이미 운영중이던 내규에 따라 내려진 처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