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뉴스1

지난달 24일 8종목의 주가가 하한가까지 하락하며 촉발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주가 폭락 사태’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주가조작 의혹 세력들이 명의자 동의 없이 신용대출을 받아 추가 투자를 하거나 차액결제거래(CFD)로 빚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2일 개인투자자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에 개인회생과 파산에 대한 상담을 문의하고 있다. 특히 파산 시 면책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관심이 크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30억~40억원을 웃도는 CFD 증거금과 신용대출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100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약 330명이 모여 대응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 주식 투자 실패…회생법원 문 두드리는 투자자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회생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는 크게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2가지다. 개인회생은 소득과 상환의지가 있는 채무자가 신청하고 개인파산은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신청한다.

개인회생은 ▲직종 관계없이 반복적인 수입이 있을 경우 ▲빚보다 재산 가치가 낮을 경우 ▲총부채 규모 1000만원 이상·최대 무담보 10억원·담보 15억원 이하일 경우 등 요건을 충족하면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3년에서 최대 5년간 원금 일부를 변제하면 나머지를 면책받는다. 채권자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공무원과 교사 등 자격이 유지된다.

주식 투자 실패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사례도 종종 있다. 공무원인 A씨는 주식 투자로 원금을 잃으면서 ‘제3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2억3000만원이 넘는 부채가 발생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그는 매월 180만원을 변제하고 1억2000만원가량을 면책받았다. 일용직 노동자인 B씨도 회생법원에서 주식 투자 실패 후 1억원의 빚을 약 7500만원으로 조정됐다. 개인회생절차로 원금 일부와 이자를 탕감받았다.

작년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대 비중이 46.6%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사람이 급증한 것과 연관있다는 게 법조계와 금융계의 분석이다.

◇ 수십억 빚 쌓인 투자자들 ‘개인회생 후 면책’에 주목

‘SG 사태’로 수십억 빚이 생긴 투자자들은 개인회생을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해가 막심해 재산이 사실상 없거나 처분하더라도 빚이 더 많아서다. 이들은 개인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개인파산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공무원·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사립학교 교원 등이 될 수 없고, 합명회사·합자회사 사원의 퇴사 원인이 된다. 회사 사규나 취업규칙에 파산선고가 퇴직 사유로 규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업에 대한 허가·등록 등 운영이 제한될 수도 있다. 전부 면책이 확정되거나 채무자와의 협의 등의 사유가 없는 한 10년간 불이익을 받는다.

관건은 ‘면책’을 허가받을 수 있을지 여부다. 면책 결정이 나야 빚이 탕감 되는데, 법원에서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파산만 선고 받고 빚은 그대로 남는다. 회생법원 개인파산·면책의 접수 및 처리 현황 등을 살펴보면 개인파산 면책률은 약 90%에 달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체로 면책을 허가하는 편이다.

◇ SG 주식 투자,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 해당될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SG 주가 폭락 사태와 연루된 경우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면책 불허가 사유중 하나인 ‘채무자가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로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과대한 채무를 부담한 사실이 있는 때’라는 조항에 이번 사태 관련 투자가 해당될 수 있어서다.

2004년 대법원은 면책 불허가 사유인 ‘낭비’를 “당해 채무자의 사회적 지위, 직업, 영업상태, 생활수준, 수지 상황, 자산 상태 등에 비춰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과다한 소비적 지출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소득 수준이나 사회통념에 벗어난 모험적 주식 투자에 따른 빚은 면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도박’에 대해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행위”라고 의미를 부여한 만큼 주식 투자는 법률상 도박과 거리가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한 투자는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면책 불허가 사유인 ‘채무자가 낭비나 도박 등을 하여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과대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라는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며 “같은 투자자 사이에서도 현 사태 수사 결과나 개인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는 스스로 대출받거나 지인과 가족에게 돈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위가 ‘영끌 투자’에 가까운 만큼 재판부도 면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득 대비 투자금이 과도하게 높은 데다, 본인 명의 신분증과 인증서를 넘긴 행위 등이 정상적인 투자 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한 도산 전문 변호사는 “특정 요인 하나로 면책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결국 투자 금액 중 개인 자산은 얼마나 투입됐는지, 차입금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저울로 비유하면 ‘영끌 투자’나 과도한 주식 투자는 면책이 어렵다는 쪽에 무게추를 올리게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조사 결과, 면책 허가에 따른 채무자와 채권자의 실익 등도 따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동의 없이 신용대출 받은 사실이 사기죄로 인정되면 면책 허가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적법한 곳에 투자한 게 아니라서 재판부가 구제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