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아파트 등 주거지 등에서 대마 재배 및 생산 행위 적발 브리핑에서 공개된 대마 전문 재배 및 생산시설./뉴스1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서울, 경남 등지에서 대마 종자를 들여와 직접 재배한 사람들이 잇따라 구속됐다. 경남 김해에서 잡힌 30대 남성 두 명은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파트 안에 대마 재배용 텐트를 설치하고 재배한 뒤 판매했다. 이들은 마약 범죄 초범이지만 인터넷에서 독학으로 대마 재배법을 배웠다고 한다.

조선비즈가 인터넷에서 대마와 관련된 단어를 입력하니 종자를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와 익명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주소가 바로 나왔고 이곳에선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제공했다. CD케이스 등에 숨겨서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선택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종자를 구하고 나면 재배는 어렵지 않은 만큼 통관 과정에서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마 종자 판매 사이트엔 韓 번역에 ‘숨겨서 배송’ 서비스까지

이날 인터넷 검색 창에 대마와 관련된 단어를 입력하자 종자를 판매한다는 해외 사이트와 텔레그램 주소 등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대부분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고 달러나 파운드, 엔, 유로 등 결제 방식도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사이트에서는 CD 케이스나 티셔츠 안에 종자를 숨기는 등 여러 배송 옵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대마 종자를 재배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마 재배나 액상 대마 제조 방법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고 한다. 의료용 대마를 연구하는 국내 모 교수는 “종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마는 토양에서도 빨리 자라고 수경재배도 가능할 정도로 재배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마는 심기 시작해 수확하기까지 3~4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이 걸린다.

관세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에 따르면 주요 밀수 경로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건이 58%, 36%에 달했다. 2021년 대비 87%, 86% 증가한 수치다. 대마가 합법화된 북미지역부터 태국과 라오스, 네덜란드 등 동남아시아와 유럽발 적발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마 종자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이트의 홈 화면./홈페이지 캡처

대마 재배 자체가 밭에서 대규모로 하기보다는 건물을 빌려서 조금씩 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안지승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는 “대마 종자 유통도 마약류 관리법으로 잡고 있고 특히 대마 사범 중에서 재배만큼은 가장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면서도 “주택가에서 소규모로 대마를 재배하더라도 대규모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마 재배뿐 아니라 유통, 판매까지 처벌을 강력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용 대마를 다루는 최형우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열 사람이 한 도둑 잡기 쉽지 않다”며 “종자가 들어오는 통관 단계에서 관리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 기관은 일반 가정 대비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곳을 모니터링해 대마 재배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대마를 재배하다가 적발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