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도입된 ‘경찰 변호사 경감 특별채용(변호사 특채)’에 지원하는 변호사 수가 급감하면서 경쟁률이 역대 최저로 떨어진 반면 퇴직하는 변호사들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 해에만 변호사 200여명이 지원할 정도였지만, 업무량 대비 낮은 처우 등으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40명을 선발하는 경찰 변호사 특채에 지원한 변호사는 70명으로 경쟁률은 2014년 이래 역대 최저인 1.8대1을 기록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된 2021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40명을 선발하는 변호사 특채에 236명이 지원했다. 1년 사이 지원자 수가 70.3% 감소한 것이다.
변호사 특채 경쟁률은 문재인 정권에서 수사권 조정 권고안이 발표되기 시작한 2018년 11.3대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듬해인 2019년 6.8대1, 2020년 6대1, 2021년 5.9대1, 2020년 1.8대1로 매년 낮아졌다.
◇ “업무 많고 처우는 낮은데 승진 경쟁까지…미래 없다고 본 것”
경찰 안팎에선 변호사 특채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로 업무량 대비 낮은 처우를 꼽는다. 당초 경찰은 비정기적으로 소수의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들을 경정으로 선발했다. 경정은 시·도경찰청에서는 계장급, 일선 경찰서에서는 과장급이다.
이후 경찰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겨나고 변호사 수가 늘어나자 우수 인재를 확보하겠다며 2014년부터 매년 20명의 변호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임용 시 계급은 경정보다 한 단계 아래인 경감으로 낮췄다. 일선 경찰서 과장급으로 일할 수 있던 변호사들이 팀장급으로 일하게 된 셈이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된 2021년부터 수사역량을 끌어올리겠다며 변호사 특채 채용 인원을 기존 20명에서 40명으로 2배 늘렸다. 그해 지원자 수도 236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정작 변호사들 다수가 업무량이 많다고 알려진 수사·영장심사관 보직을 맡게 됐지만 처우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경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0월 경찰학연구에 실린 ‘경찰청의 변호사 경력채용·운영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경찰에 입직해 2년의 경제팀 의무복무를 마친 변호사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3명(37%)은 수사·영장심사관 보직을 부여 받았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영장심사관이 일반 수사관보다 더 일이 많을 때도 있다”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결정해야 하고 모든 수사 사안을 다 봐야 한다. 최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도 많아졌는데, 수사·영장심사관이 이에 대한 법률 검토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공무원과 달리 경찰공무원은 계급정년(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할 경우 자동 퇴직)이 있어 치열한 승진 경쟁을 해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로스쿨을 수료하고 나오는 변호사들 다수는 대기업이나 일반 회사의 사내변호사로 지원한다”며 “경찰에 들어가면 급여는 높지 않은데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경찰에 입직한 변호사 사례를 살펴보니 생각만큼 승진도 쉽지 않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 변호사 퇴직자 늘고, 내부 인력도 ‘로펌행’…전문성 확보 어쩌나
이처럼 경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입직했던 변호사들도 제복을 벗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7년 동안 변호사 특채로 경찰에 들어왔다 퇴직한 변호사는 8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한 해에만 10명이 퇴직했다. 작년에도 5명의 변호사가 경찰을 떠났다.
경찰이 되겠다는 변호사는 줄어드는데, 경찰 내부 인재들은 로펌행을 선택하고 있다.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작년 1년 동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를 받은 경찰관 109명 중 법무법인에 취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경찰관은 47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계급은 경감이 22명(46.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총경(10명), 경정·경위(각 5명), 경사(3명), 경무관(2명)이 뒤를 이었다.
최근 대형로펌들이 경찰 출신 변호사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여전히 로펌행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따고 조직 나가 생활하다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다시 경찰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우택 의원은 “2021년 8대1이 넘었던 변호사 특채 경쟁률이 작년에 1.8대1까지 떨어진 것은 경찰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며 “퇴직자 수도 두자리까지 늘어난 만큼 경찰청에서는 변호사 특채 인력 유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경력이 대형로펌 등으로 이직하는 징검다리로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점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