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들이 가상화폐 ‘퓨리에버 코인(퓨리에버)’으로 얽힌 관계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20년 11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퓨리에버는 한때 1만원 이상으로 올랐던 가격이 현재 4원대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시세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발행사, 홍보 대행사 측과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활발해진 가상화폐 투자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 없이 잘 거래되는 가상화폐들이 있는 반면 실체가 불분명하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가상화폐인 일명 ‘스캠(사기) 코인’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고 자전거래 등을 통해 시세를 올린 뒤 이를 처분해 부당 이익을 얻는 수법의 ‘코인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 100원→1920원→220원...가격 춤춘 코인, 발행사가 시세조작

지난 2018년 12월 9일, 한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한 코인의 가격이 70% 이상 폭락했다. 해당 거래소가 2018년 11월 30일 발행한 코인은 상장가 100원으로 시작해 단 9일 만에 최고가 1920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거래소가 이 코인과 관련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가 취소하자 하루 만에 550원까지 떨어지다 결국 10여일 후에는 280원까지 추락했다.

26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만들고 가상화폐를 발행한 A씨와 동업자 B씨, C씨 일당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거래소 측이 매수한 수량만큼의 코인을 소각하거나 신규회원에게 자체발행 코인 50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 등을 예고했다가 내용을 변경하거나 아예 취소를 한 탓에 코인이 급락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구현한 이미지 컷. /트위터 캡처

2020년 9월 25일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와 C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A씨의 경우 과거 수차례 사기 전과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한 전력이 있었고, 피해 액수가 크기 때문에 그 죄책이 엄중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일당은 2주일에 한 번씩 코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전체 거래 수수료의 20%로 해당 코인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차명 계정을 만들어 실제로는 없는 자체 발행 코인 230만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자전거래 방식으로 거래소의 유통량을 늘렸다. 이후 한 번에 보유 물량을 매도해 현금화시킨 후 이를 편취했다.

이들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지난 2021년 4월 15일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이들이 범행 후 회원 정보와 코인 거래 명세 등이 담긴 거래소의 데이터베이스(DB)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은폐 시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등의 이유로 형량을 높였다. A씨는 징역 5년, B씨는 징역 2년 6개월, C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 상장 계획 없거나 상장폐지 된 코인 거짓 홍보 하기도

상장조차 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마치 상품성과 기술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들고 잠적하는 유형의 범죄도 빈번하다.

지난해 8월 18일, 서울동부지법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에게 징역 3년의 실형 등을 선고했다. 이들 일당은 2018년 1월 29일쯤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피해자에게 “미국에서 후배가 개발한 코인을 한국으로 가져와 발행자와 함께 관리 및 판매를 하고 있다”며 “해당 코인은 2018년 5월 말쯤 세계 메이저급 거래소에 코인당 400원에 상장될 예정이라 40~7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가상화폐를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가상화폐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경제적 가치도 없었으며, 거래소 상장 계획도 없었다. 이들은 해당 가상화폐가 실제로 상장됐었다고 주장했지만, 소규모 거래소에서만 짧은 시간 동안 상장되었다가 상장폐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투자를 유치해 편취한 금액은 1억6000만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8일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상장 계획이 없는 코인을 ‘국정원 직원이 파견나와 보안시스템을 교육 받을 정도로 보안성이 보장된 코인’이라며 홍보해 6억8000만원을 편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기소된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 “코인업체 관계자 신원 확인하고 사업자 서류 등 확보해야”

코인 사기 전문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국 유명 거래소에 상장돼있다고 홍보를 하는 가상화폐들이 많지만, 이 중에서도 사기성 코인들이 많다”며 “특히 고령층 투자자 중 업체 측에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 코인 매수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증, 법인 등기부등본 등을 확보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또한 규모가 작은 거래소의 경우 자체 발행을 하거나 코인 업체와 공모해 사기를 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규모가 큰 거래소나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를 보유한 거래소에서 직접 투자를 해야한다”며 “락업(상장 후 일정 기간 거래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방법)이나 스테이킹(보유한 가상화폐의 일정량을 지분으로 고정하는 것) 등 복잡한 용어로 투자를 유도하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