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국가가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고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어머니들이 다니는 회사 퇴사도 고민한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전국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해 교육과 돌봄 영역에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초등학교 돌봄교실 관련 민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민원은 3년 전보다 45% 이상 증가했다고 17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돌봄교실 관련 민원은 총 8731건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탈락한 데 따른 증설 요청이나 대상자 선정, 운영 관련 불만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정규수업이 끝난 후 별도의 시설이 갖춰진 전용 교실이나 겸용 교실에서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돌봄활동을 말한다.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의 자녀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오후 돌봄 프로그램은 이용하지 않는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도 있다.
권익위가 소개한 돌봄교실 관련 주요 민원 사례를 보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현행 제도와 시설이 불충분하다는 내용이 많았다. 한 학부모는 올해 2월 경기도 교육청에 “신도시라 아이들이 많은데, 80명 중 30명만 초등 돌봄교실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누구는 추첨에 당첨되어 기회를 갖고 누구는 가질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며 돌봄교실을 확충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학부모들은 돌봄교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전의 한 학부모는 교육청에 “돌봄교실에서 탈락하면 회사 퇴사와 경력단절까지 고려해야 하는 맞벌이에게 자식을 볼모로 한 기약 없는 대기는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경기의 한 학부모는 “예비 2학년 중 10명만 돌봄이 가능하고, 나머지 10명은 대기자”라며 “학교는 돌봄 수요가 많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돌봄 증설계획이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교실 부족이 사교육의 원인이 된다고도 했다. 방과 후 부모가 자녀를 돌봐줄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보내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의 한 학부모는 “작년에는 신청자 전부 돌봄교실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경쟁률이 2대 1이 넘는다”라며 “돌봄교실이 안 되면 아이들은 선택권도 없이 어린 나이에 사교육으로 내몰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26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23조4000억원) 세웠던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사교육비 증가는 초등학교가 이끌었는데, 예체능과 취미교양 과목에서 사교육비가 15.8% 늘었다. 돌봄 수요를 사교육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됐다.
돌봄교실에 보낼 수 있는 학생 범위를 늘려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충남의 한 학부모는 “학교의 돌봄교실은 1~2학년만 대상이어서 다른 학년은 지자체 돌봄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도 인원이 정해져 있어 1학년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며 “학교의 돌봄 대상을 3~4학년까지 확대할 수 있는가”라고 문의했다.
“9개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 중이라는 이유로 9살 아이에 대한 돌봄교실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통보받았다. 교육청에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현실적인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대전시교육청)는 저출산과 관련한 민원도 있었다.
돌본교실 운영과 관련해서는 “돌봄 추첨 일정을 바로 며칠 전에 알려주면 직장인은 급히 연차를 써야 참석할 수 있는데, 맞벌이 부모를 배려해서 돌봄 추첨 일정을 여유 있게 통보하거나 추첨 시간을 늦은 오후 또는 주말로 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같은 조건의 맞벌이 가정 중 아이의 생년월일로 돌봄 선발 여부를 결정했다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생년월일도 같으면 태어난 시간으로 선발하실 건가”(경상남도교육청)라는 민원도 있었다.
경기도에서는 아침 돌봄 시간을 앞당겨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한 학부모는 “경기도에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서울 출퇴근으로 출근 시간이 더 일러 아침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라며 “도서관이라도 일찍 문을 열면 좋을 텐데, 아침 돌봄에 공백이 없게 도와달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책으로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늘봄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맞벌이 부부가 출퇴근할 때 불편이 없도록 오전 7~9시 아침 돌봄을 확대하고, 저녁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린이집, 유치원보다도 이른 낮 12시 20분쯤 하교해 어머니들이 경력 단절을 겪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는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교육청 소속 214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운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