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전경./조선DB

경찰관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를 요청받았다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경찰공무원은 직무 수행 중 이해관계인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 즉시 신분증 제시 등을 통해 신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시민 A씨는 작년 6월 2일 오후 2시쯤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관으로부터 신호위반 단속을 당했다. A씨는 단속 경찰관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으나 경찰관은 이에 따르지 않았고, A씨는 이러한 행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경찰관은 “경찰청 교통단속 처리지침에 따라 A씨에게 경례와 함께 인사한 후 경찰서 소속 교통경찰관임을 밝히고 A씨의 신호위반 사항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진정을 기각했다. 단속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신분증 제시는 불심검문에만 해당돼 위법·부당한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단속 경찰관이 제복을 착용하고 교통순찰차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경찰관 신분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범칙금 납부 통보서에 단속 경찰관 성명과 소속이 기재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인권위는 규정에 없더라도 시민으로부터 신분 확인을 요청받는 경우 경찰관은 이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최근 경찰관이 교통단속과 음주측정 등 행정경찰 목적의 직무 수행 중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신원확인 요구에 불응하는 사례가 확인된다”며 “알 권리 침해와 관련해 인권위 진정 접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고 즉시 또는 말로 공개가 가능한 정보”라며 “공무원이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는 것은 과도한 법 집행 방지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