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시작된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는 서울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연간 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요금이 인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과 같은 단발성 대책으로는 적자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조선비즈는 국내외 공공자전거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따릉이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리차드 데니스씨는 2021년 1월부터 매일 6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뉴욕 시내를 누빈다. 그가 타는 자전거는 미국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lyft)가 운영하는 뉴욕 공공자전거 ‘씨티바이크(citi bike)’. 205달러(26만원)짜리 연간 이용권을 사서 자전거가 많은 씨티바이크 정류장에서 부족한 곳으로 옮기는 재배치 업무를 해 한달에 최대 3000달러(378만원)를 번다.

데니스는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에서 30년 간 근무하다 퇴직한 후 리프트가 도입한 바이크 앤젤 프로그램(bike angel program)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건강을 챙기고 부수입도 얻을 수 있으며 장소·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프트의 ‘바이크 앤젤 프로그램’은 자전거 재배치 업무를 이용자들이 하도록 유도해 운영비용을 줄인다. 공공자전거 운영에 드는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취지다.

서울시가 안고 있는 ‘공공자전거 적자’에 대한 고민은 미국, 유럽 국가들에서도 골칫거리다. 정부 재정에 의존한 덴마크 코펜하겐, 캐나다 몬트리올은 사업 운영사가 파산 신청을 했고 사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로 출발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역시 적자가 지속돼 비용 감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공공자전거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자전거 사업 자체가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따릉이는 총 4만500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사업 적자는 103억원(2021년 기준)이다. 사업 개시 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고 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 도입 비용이 많이 들며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자전거 외에 위성항법장치(GPS) 단말기, 거치대, 대여 키오스크, CCTV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장치를 구비해야 하고 중앙관리센터, 관리용 PC 등 관리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제반시설을 다 설치해도 정류소별 자전거 실시간 수요에 따라 자전거를 이동시키는 재배치 비용, 정비 및 수리비, 관리센터 운영비가 들어간다.

미국 뉴욕 맨해튼 시내에 공공자전거 씨티바이크가 비치된 모습./씨티바이크 제공

◇ 보조금 의존한 코펜하겐·몬트리올 공공자전거 ‘파산’

덴마크 코펜하겐의 공공자전거 서비스 ‘바이사이클렌(Bycyklen)’은 지난해 12월 파산 신청을 했다. 2012년 동명의 스타트업이 운영하다 적자에 시달리자 2015년부터 코펜하겐시와 프레데릭스베르시가 펀드를 만들어 운영보조금을 지급했다.

지자체에서 약정한 5년 간의 운영보조금 지급 기간이 2021년 만료됐으나 바이사이클렌은 ‘보조금을 더 달라’고 주장하는 것 외에 수익성 확보 방안을 찾지 못했다. 회사 측은 유통사와 관광협회 등으로부터 후원을 유치했으나 큰 금액이 아니어서 지속 경영은 어려웠다. 애초 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경영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코펜하겐 시민의 40%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거나 통학한다./조선비즈DB

코펜하겐의 한 시민이라고 밝힌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이용자는 “이용 시간이 600분 정도 남았는데 바이사이클렌이 갑자기 파산하게 돼 당황스럽다”며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는데 슬프다“고 했다.

코펜하겐은 일반 자전거 공유보다 자동차나 전기 스쿠터를 공유하는 사업이 시민들의 관심이 크고 수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2009년 시작한 공공자전거 ‘빅시(Bixi)’가 막대한 적자를 내자 지자체 재정을 계속 투입하며 ‘비영리 사업’으로 유지 중이다. 2009년 공유자전거 업체 PBSC(Public Bike System Company)에서 출시한 빅시는 막대한 누적 적자로 지자체가 융자 형태로 공공자금을 제공하는 등 구제에 나섰지만, 2014년 파산 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이에 몬트리올은 사업 유지를 위해 2014년 4월 비영리 단체인 ‘빅시 몬트리올(BIXI Montreal)’을 설립하고 1190만달러(150억원)를 들여 PBSC로부터 빅시 사업을 사들였다.

◇ 민간기업 손잡은 파리·뉴욕도 적자... 씨티바이크, 이용자가 자전거 재배치하도록 유도

‘따릉이’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Vélib)’는 2007년 공용자전거 무인 대여 시스템 벨리브를 출범하면서 옥외광고 전문기업 제이씨데코(JCDecaux)와 독점 운영·광고 계약을 맺었다. 10년 간 제이씨데코가 공용자전거 서비스 설치·운영비를 부담하고 수입 12%를 배분받기로 했다. 동시에 파리 시내 1628개 버스정류장, 자전거 정류소 등 옥외광고판 이용권을 연 350만유로에 독점적으로 줬다.

제이씨데코가 자료를 마지막으로 공개한 2016년 기준 파리 전역에 1200만대의 자전거가 설치됐고 하루 이용자 수 3억9000만명, 연간 이용권을 구입한 사람 수는 30만명을 넘었다. 연 매출은 33억9300만유로(당시 환율 기준 4조원)였다.

2013년 한때 “매출이 비용을 초과했다”고 밝혔을 뿐 사업은 매년 적자였다. 이용료가 1일권 1유로, 7일권 5유로, 연간 이용권 29달러에 불과해 광고료로도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리시에서 운영을 제이씨데코에 맡겼지만 요금 인상을 암묵적으로 막았다. 자전거 파손, 도난 사고도 빈번했다. 파리시는 당초 재정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2013년 프랑스 감사원 조사 결과 출범 이후 약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파리시는 2018년부터 운영사를 프랑스와 스페인 합작 소규모 기업인 ‘스모벤고(smovengo)’로 변경했는데 서비스가 나빠졌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에서 각종 오류와 고장이 발견됐는데 방치하고 있으며 정류장 수도 줄었기 때문이다.

파리시는 계약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매년 벌금을 부과하는 등 경영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달에 약 300만명이 이용하며 뉴욕 명물이 된 씨티바이크는 2013년 출범 당시 씨티은행(citi bank)으로부터 5년 간 4100만달러(약 457억원)를 후원 받는 대신 명칭에 ‘씨티’를 넣기로 했다. 자전거와 거치대에도 씨티은행 로고가 붙었다. 5년 계약이 끝난 시점인 2018년 10년 간 7050만달러(890억원)를 후원하는 계약을 새로 맺었다.

설치, 운영자금을 민간에서 유치하고, 운영은 미국 자전거 공유 서비스 회사인 알타 바이시클 쉐어(Alta Bicycle Share)에 맡겨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전략을 썼다. 이 회사는 2014년 모티베이트에 팔렸고, 2018년 미국 리프트(lyft)에 인수됐다.

회사 운영 업체가 여러차례 바뀐 것은 자전거 공유 사업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용료를 2013년 1일권 9.95달러, 연간 95달러에서 현재 1일권 19달러, 연간 회원권 205달러로 2배 이상 올렸지만 자전거 재배치, 수리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했다. 씨티바이크의 연간 매출은 씨티바이크가 공개한 가장 최근 실적인 2020년 기준 6160만달러(775억원)다.

운영사 리프트는 요금 인상 외 경영 효율화 방안을 찾고 있다. 2021년 도입한 ‘바이크 앤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자전거 수요가 적은 정류소에서 많은 정류소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한다. 이용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재배치가 필요한 정류장을 확인한 뒤 임무를 수행한다. 포인트는 재배치가 시급한 구간일수록 더 높게 부여된다.

20포인트가 넘으면 1주일 간 씨티 바이크를 무료로 탈 수 있고, 80포인트 이상이면 10포인트당 1.70달러의 리프트 크레딧으로 전환 가능하다. 리프트 크레딧은 리프트나 씨티 바이크를 이용할 때 쓸 수 있다. 200포인트가 넘으면 10포인트마다 1.7달러의 모바일 상품권 또는 현금을 준다.

로라 폭스 리프트 사업부장은 블룸버그에 “바이크 앤젤 도입 후 지출한 금액이 많지 않은 반면 직원들이 직접 재배치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준다”고 말했다. 미국 우버, 코넬대의 2019년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일년에 500톤(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