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불법 주차 문제가 거론된다. 참사 당일에도 112신고와 용산구청 민원을 통해 불법 주차된 차량을 치워달라는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고 이후에도 불법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이후 참사가 발생하면서 구조와 병원 이송이 지연되는 원인이 됐다.

특히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과거 구의원 시절부터 불법 주차 문제 개선을 여러차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본인이 구청장이 된 뒤로도 불법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4일 조선비즈 취재 결과, 박 구청장은 구의원 시절인 2018년 3월 제238회 임시회 용산구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이태원역 인근 불법주차 및 주차공간 확보를, 2015년 10월 제218회 임시회 용산구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이태원 인근 보행자 안전 미흡 문제를 언급했다. 2014~2018년 용산구의원을 지낸 박 구청장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정책특보를 거쳐 구청장에 당선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구의원이었던 박 구청장은 2018년 이태원동 경리단길 일대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길목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지연된 상황을 언급했다. 경리단길은 이태원 참사 현장과 600미터(m) 정도 떨어져있어 도보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당시 박 구청장은 “이 길은 이태원 초등학교로 통학하는 어린이와 경리단길을 찾아가는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로를 확보하지 못해 통행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2015년에는 이태원역 인근 불법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구는 지나치게 공영주차장이 협소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많은 민원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불법 주·청자 문제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장현 용산구청장에게 “특히 (불법주차로 인한) 이태원로 지역 상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들어본 적 있냐”며 추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박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뒤편은 매년 핼러윈 시기마다 인파가 몰렸지만, 제대로 된 통행로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해밀톤 호텔을 중심으로 주변 상가들이 대부분 불법 증축한 건물이거나 무허가 건물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행 안전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구조 상황에서는 이태원역 근처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사상자들의 ‘골든아워’를 놓쳤다는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사고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부터 10시 15분까지 불법 주·정차 관련 112 신고는 총 15건이었다. 이태원역 인근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법주차에 대한 신고가 참사 당일에도 빗발친 것이다.

첫 신고는 오후 6시 10분이었다. 당시 신고 내용을 보면 “하얏트에서 내려오는 길에 차들이 길에 주차를 해놔서 난리”라고 돼 있다. 경찰은 용산구청에도 불법 주정차 문제로 민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며 구청에 통보하고 신고를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불법 주정차 112신고는 계속 이어졌다. 구청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태원로는 편도 2차로다. 이 경우 불법주차 차량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교통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교통 혼잡이 극심해진다. 실제로 사고 당일 불법주차가 교통 혼잡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초로 도착한 구급차는 소방서 출동부터 병원 이송까지 약 1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이날 구급차들의 병원 이송 시간은 평균 2시간 34분이었다.

박 구청장은 사고 직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주최가 없어 축제가 아닌 현상이다” 등의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박 구청장은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참사 당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실대응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