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전경. /뉴스1

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진 임신부에게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진이 태아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강주혜 판사는 A씨와 그의 남편이 인천 B 여성병원 운영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병원 운영자 4명에게 “A씨와 남편에게 위자료로 총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19년 6월 임신 진단을 받은 A씨는 같은 해 12월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B 여성병원을 찾았다. 소변 검사 결과 단백 성분이 검출되고 고혈압도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결국 입원해 치료를 받기로 했다.

A씨는 입원 후 임신 합병증 검사 중 하나인 ‘전자간증 위험도’ 검사에서도 의심 소견과 함께 출산 전까지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A씨는 입원 사흘째 밤 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음 날 새벽 4시부터 복통을 느낀 그는 오전 7시 50분쯤 의료진에게 “눕지 못할 정도로 너무 (배가) 아프다”고 재차 통증을 호소했다.

복통은 오전 10시까지 이어졌고, A씨는 이후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와 그의 남편은 낙상 사고 후 의료진이 빠른 조치를 하지 않아 태아가 숨졌다며 2020년 12월 병원 운영자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A씨 부부는 소송 기간 “전자간증 위험도 검사 결과 의심 소견이 나왔고, 이후 낙상사고를 당해 복통을 호소했다”며 “태반 조기 박리를 의심해 즉시 분만하거나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도 (복부 통증을 완화하는 약인) 진경제만 투여해 태아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태반 조기 박리는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기 전 태반이 착상 부위에서 떨어지는 증상으로 진단이 늦어질수록 태아가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의 태반 조기 박리를 제때 진단하지 못해 처지가 늦어진 결과 태아가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자간증은 태반 조기 박리의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다”며 “임신 중 전자간증이 의심돼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의료진이 지속적이고 주의 깊게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태반 조기 박리의 위험도는 얼마나 빨리 진단을 내리고 처치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A씨가 의료진에게 (두 번째로) 복통을 호소한 오전 7시 50분에 (곧바로) 초음파 검사 등을 했다면 빠른 처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전자간증 고위험 산모인 A씨의 태반 조기 박리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한 채 같은 날 오전 10시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진단을 잘못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과 태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