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소재 종합대학 32곳 중 30곳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준수하지 않아 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고용률(3.1%)의 절반에도 못 미쳐 고용노동부의 명단 공표 대상이 된 대학도 11곳에 달한다. 공공성을 띠는 대학조차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특별시 소재 종합대학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종합대학 32곳 중 한국외대와 성신여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준수하지 않아 부담금을 납부했다. 국가기관 산하기관으로 해당 기관과 합산해 의무고용률을 파악하는 대학 세 곳(서울시립대학교, 한국체육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은 자료에서 배제됐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 수의 3.1% 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서울 소재 종합대학은 32곳 중 25곳이다. 이 가운데 덕성여대(0.61%), 한양대(0.78%), 홍익대(0.83%)는 장애인 고용률이 1%에도 못 미쳤다. 고용률이 1%는 넘었지만 1.55%에 못 미치는 곳도 8곳(동국대, 동덕여대, 연세대, 한성대, 서울여대, 상명대, 중앙대, 숭실대)이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말 의무고용률의 절반인 1.55%를 넘기지 못한 기관들의 명단을 공표한다. 이외에도 14곳이 지난해 12월 기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소재 종합대학이 납부한 고용부담금의 규모도 커졌다. 한국외대와 성신여대를 제외하곤 모든 대학에서 부담금을 납부했는데, 금액이 총 197억3800만원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7년(139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41.7%가량 늘어난 규모다.
매년 말 집계하는 의무고용률과는 달리 부담금은 월 단위로 집계한다. 때문에 고용의무인원을 간신히 맞추거나 계약직·임시직 위주로 채용하다 보면 월 단위로는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연간 누적된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의무고용률을 못 지킨 대학들은 공개채용 과정에서 장애인 지원자가 적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개채용 때 장애인 지원자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 단체에서 채용 추천이 들어오지만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니 공정성에 문제가 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또한 대학들은 의무고용률을 높이는 대신 학내 비품으로 장애인 생산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교에서 장애인 기업에서 생산한 화장지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웅래 의원은 “외국은 교육기관들의 장애인 고용률이 훨씬 높은 데 비해,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라며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교육기관이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로 얼룩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우리 아이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라도, 교육기관이 선도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늘리게끔 엄격한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