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리니지’를 본 딴 불법 사설 서버를 운영하며 불법 도박 게임을 진행해 420억원 상당의 원화를 사이버머니로 환전해 준 일당에게 실형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신상렬 부장판사)은 지난 11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13억4185만원 상당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또한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 2700만원의 추징금을, C씨에게는 150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이들이 활동한 사이트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약 2년 동안 ‘투견’과 ‘버경’ 등 사행성 게임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투견’은 출전한 강아지 캐릭터 두 마리 중 승리할 것 같은 강아지에게 돈을 건 뒤, 적중 시 1.95배, 무승부 시 7배를 지급하고 미적중 시 돈을 전부 잃게 되는 게임이다. ‘버경’은 출전한 게임 캐릭터 다섯 마리 중 경주에서 1위를 할 캐릭터를 선택해 적중 시 배당률에 따라 수익금을 지급하고, 미적중 시 돈을 전부 잃게 되는 게임이다.
해당 사이트는 정식으로 운영되는 리니지와는 무관하다. 리니지와 똑같은 형태로 구현한 불법 게임 서버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리니지의 사이버머니와 이름이 같은 ‘아덴(아데나)’으로 도박에 베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해당 사이트에서 통용되는 아덴은 실제 서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신원 미상의 운영자는 특정 환전상을 지정해 이들에게 보증금을 받고 1억아덴을 5만8000원에 지급했다. 환전상들은 도박공간 이용자들에게 1억아덴을 6만원으로 교환해주고 1억아덴 당 2000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에 대해 “실제 게임 서버가 유출됐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한 범죄자가 직접 그 게임과 동일한 서버 환경을 구축해 만든 ‘프리서버’”라며 “정식으로 운영되는 게임과는 별개지만, PC방 등에서 의심을 받지 않고 도박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니지의 경우 프리서버가 다수 존재했으며, 사행성 콘텐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프리서버끼리의 다툼도 잦았고, 일부 경쟁에서 승리한 프리서버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운영이 된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A씨는 2018년 5월쯤 게임 사이트에 올라온 환전상 모집 광고를 보고 운영자에게 연락해 환전상 캐릭터 3개를 사용하도록 지정받았다. 이후 A씨는 B씨와 C씨에게 해당 캐릭터들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뒤 이를 사용하도록 하면서 수익금을 나누기로 했다. C씨는 운영자로부터 아덴을 매수하거나 교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강북구 소재의 B씨의 모의 주거지 및 의정부시 소재의 A씨의 주거지에서 도박 이용자들로부터 원화 418억7733만원가량을 입금받아 69조8000억원 상당의 아덴으로 교환해주는 등 환전업 역할을 했다.
A씨 측은 A씨가 사이트 운영자에게 지급했지만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은 범죄수익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운영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범죄수익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몰수·추징해야 할 범죄수익에서 공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게임을 통한 도박은 접근의 용이성과 중독성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로 하여금 사행심을 갖도록 하고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시키는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B씨와 C씨는 A씨에 비해 얻은 이익이 적을 뿐만 아니라 가담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 A씨 또한 범죄 전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7월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이 발표한 사이버 도박범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도박 발생 건수는 1608건이었다. 지난 2020년 1709건 대비 100여건이 줄어들긴 했지만, 2018년(931건)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관계자는 “리니지 불법 사설 사이트를 이용한 도박과 관련한 신고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도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사이버도박은 청소년들의 접근이 보다 용이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