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매수하지 않으면 세무서에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회사 대표이사를 협박한 대학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신상렬 부장판사)은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 A(59)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한 택시운수 회사의 주주인 A씨는 자신의 동생인 B씨와 함께 지난 2019년 3월 29일 회사 대표이사 C씨에게 자신과 지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합계 30억원에 매수해 달라고 제안했다가 거절 당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회사 내부 회계자료를 근거로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C씨를 공갈하려 시도했다.
B씨는 제안을 거절한 C씨를 협박하기 위해 “동생이 회사에서 쫓겨나서 미쳐 날뛰고 있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해 4월 1일쯤에는 C씨에게 ‘2015년~2016년도 세무서용 수입과 이중장부 수입 간 차액만 하더라도 합계 24억 원 상당이고, 추정되는 횡령·배임액은 약 62억이다. 화요일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또 그는 C씨에게 ‘세무소(세무서), 주주총회, 대자보 오케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그해 4월 3일쯤 서울 노원구에서 C씨를 만나 세무서 신고액과 내부 장부간 차액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추궁했고, C씨가 그 이유를 설명하자 “근거를 대, 나랑 같이 세무서 갈까?”라고 C씨를 압박했다. 이에 C씨가 “더 이상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회사로 찾아오라”고 말을 하며 자리를 떠나려 하자 이들은 “지금 나가면 횡령 혐의로 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틀 뒤 C씨에게 ' 2009년~2019년 사이 횡령추정금액은 163.4억 원임이 확인되었다. 나의 지분 9.5%에 상응하는 15.6억 원에 대한 상환과 주식대금 30억원을 요구한다. 요청사항이 무시되는 경우 세무서에 신고하여 횡령여부를 규명할 것이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재차 C씨를 압박했다. B씨는 서울 노원구 노원세무서 신문보관함에 ‘C씨 등은 ‘10년 간 163.7억 원 이상의 비리혐의에 대한 해명을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비치한 뒤, 해당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C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공갈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B씨와 공모한 적이 없고, C씨에게 보낸 이메일 등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설령 B씨와 공모했다고 해도 A씨가 제안한 30억원의 금액은 해당 회사 주식의 실제 가치보다 현저히 높은 금액이라는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지난 2011년 대법원의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2인 이상이 공모해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A씨와 B씨가 공모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공갈죄와 관련해서도 “공갈죄는 상대방을 겁먹게 하고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주식회사는 상법으로 명시된 방법이 아니라면 자기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A씨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 C씨에게 주식매수를 구할 권한이 없었음에도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는 등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했다”며 “A씨 등은 보유 주식을 30억원에 강제 매각해 주식 실제 가치의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 했지만, C씨가 이에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