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자전거 판매·수리점을 운영 중인 한성호(73)씨는 최근에는 수리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자전거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한때 연희동에는 자전거 가게가 꽤 많았지만, 현재는 살아남은 가게가 거의 없다.
한씨는 “자전거를 사는 사람들은 온라인을 찾고, 이곳에선 수리만 하고 간다”며 “전성기였던 2005~2006년에는 월 매출이 1500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200만~3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료가 140만원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봐도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60)씨도 떨어지는 매출에 근심이 가득하다. 최씨는 “자전거 판매는 줄어든 지 오래됐고, 요즘은 수리 고객이 대부분”이라면서 “자전거 판매 매출이 전성기 대비 50~60% 줄었고, 수리 매출도 20%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비수기인 동절기엔 매출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판매·정비업체가 모여 만든 한국자전거정비협회는 매년 자전거 가게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홍원희 한국자전거정비협회장은 “2019년 전국 3800여곳에 달하던 자전거 업체는 현재 3000여곳으로 20% 넘게 줄었다”며 “프랜차이즈 정도만 살아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가게는 줄어가고 있는 반면, 2015년부터 시작된 공공자전거 서비스는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자전거 ‘따릉이’ 자전거 수는 올해 5월 기준 4만500대로, 작년(3만7500대)에 비해 8% 늘었다. 이용 건수는 올해 4월 한 달간 399만9건으로, 전년 동기(304만3238건)보다 32% 증가했다.
공공자전거가 활성화되면서 자전거 구매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전미진(28)씨는 “따릉이를 이용하면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굳이 개인 자전거를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따릉이를 이용할 예정이고 자전거를 따로 구매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가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 애호가 사이에선 수리받을 곳이 마땅치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업 중이던 자전거 가게가 없어져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연희동 자전거 가게에서 만난 김구선(44)씨는 “강서구에 사는데 동네에 자전거점들이 문을 다 닫는 바람에 멀리까지 왔다”며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왔는데 온 김에 부품도 갈고 여기저기 손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는 윤성준(32)씨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자전거가 멀쩡하고 애착도 있어 수리해 계속 타고 싶은데, 주위에 자전거 수리점을 찾기가 어려워 고생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수리할 곳이 없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자전거 수리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자치구도 생겼다. 서울 서대문구는 관내 자전거 수리점이 없는 6개 동을 정해 자전거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 수리센터에서 만난 전성원(62)씨는 “홍은동에 가야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데, 너무 멀어 수리를 미뤄왔다”며 “자전거 수리점을 찾기가 힘들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공공자전거 확대와 동시에 자전거 가게와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릉이의 수를 대폭 확대하는 등 운영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따릉이의 정비와 수리는 동네 자전거 가게에 맡겨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