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1시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경로당은 굳게 닫혀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시 폐쇄한 지 2년이 넘게 지나면서 이곳을 찾는 노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문에는 검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도 보였다. 문 옆에는 ‘개방형 경로당’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었지만, 문에는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경로당 운영을 중단하오니,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부가 이달 18일 그동안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설도 지난 25일부터 개관이 가능해졌다. 한 서울 자치구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오후 1시에서 6시까지 경로당을 개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을 굳게 닫은 경로당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지 오래돼 방치된 곳도 많았다. 경로당은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거나 폭염·한파 등을 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사회복지시설이다. 기자가 방문한 문 닫은 경로당도 서대문구청에서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복지시설 중 하나다. 여름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로당 개방이 계속 미뤄질 경우 ‘무더위 쉼터’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 있다.
노인들은 코로나19로 그동안 문을 굳게 닫고 있는 경로당 때문에 갑갑했다고 하소연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영우(77)씨는 “경로당이 닫힌 뒤로 이웃 노인끼리 식사하고 대화하고 이런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며 “노인들이 갈 곳은 사실 거기밖에 없는데, 열리지 않으면 매우 갑갑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한복순(82)씨도 “그동안 참 지겨웠다”며 “경로당 들락날락하는 게 하루 중 유일한 낙었다”고 말했다.
아직 개방을 미루고 있는 경로당은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로당 관계자는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분들께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실시해 모두 음성일 경우에 이용하라고 했기 때문에 확인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방과 관련해선 담당자 교육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경로당과 같은 복지시설이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과 노인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로당은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어르신들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며 “특히 남성 노인들이 은퇴 이후 가족관계 속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하고 고립이나 소외를 예방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