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벌써 한 달 넘게 난리통입니다. 포켓몬빵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지난 2월 말 재출시된 SPC삼립의 ‘돌아온 포켓몬빵(포켓몬빵)’이 폭발적인 인기로 품귀 현상을 일으키면서, 편의점주와 직원들은 일부 ‘진상 고객’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밀려드는 입고 및 재고 여부 문의로 다른 업무 진행이 어려운 데다, 직원에게 포켓몬빵이 없다며 따지거나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SPC삼립과 편의점 업계 등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현재 공급부족으로 소매점 발주제한이 걸린 상태다. 이 때문에 편의점 당 많아야 하루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의 포켓몬빵을 공급받는 상황이다. 큰 마트에서도 1인당 구매제한을 설정하고 있다. 포켓몬빵은 24년만의 재출시 후 안에 동봉된 포켓몬 캐릭터 ‘띠부띠부씰(스티커)’을 수집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띠부띠부씰’은 개당 수천원에서 수만원까지 중고거래가 되고 있고,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입고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일어나는 지경이다.

수요가 넘쳐나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갈등도 잦은 상황이다. 편의점주나 직원에게 품절 관련 시비를 붙거나 손님끼리도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로 인한 업주나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임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모(54)씨는 “일부 손님 때문에 정말 힘들 때가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조씨는 “한번은 제품이 왔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반품 처리하려고 빼놨는데, 그걸 본 손님이 ‘왜 빵이 있는데 없다고 하느냐’면서 창고를 뒤지려고 해 말리느라 고생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일하던 직원이 충격을 받아 이틀 정도 포켓몬빵 발주를 안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해당 손님은 그 다음 날 매장에 전화를 걸어 ‘본사에 항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매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소란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모(54)씨도 “문 앞에서 물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손님들이 누가 더 먼저 왔냐며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은 종종 있다”면서 “매장 안팎에서 손님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 직원 이모(50)씨는 “10대로 보이는 손님 대여섯명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몰려다니며 물류차를 따라다닌다”면서 “물류차가 도착해 매장 안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직원이 확인하기도 전에 물건이 든 상자를 뒤지는 일이 일주일에 너댓 번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이 단단히 화가 나 직원들에게 ‘물류 상자를 뒤지는 사람에게는 절대 빵을 팔지 말라’고 전체 공지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켓몬빵의 입고 여부와 시간을 묻는 문의가 많아 손님 응대, 매장 정리 등 다른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한 편의점 직원 이모(24)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3시간 동안 ‘빵 입고 됐냐’ ‘언제 들어오냐’를 묻는 사람만 20명이 넘어 다른 손님을 응대하거나 매장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포켓몬빵의 물량이 늘어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만난 편의점주와 직원들은 “지금은 물량이 하루에 2~3개밖에 안 들어온다”면서 “물량이 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도 “포켓몬빵 물량을 늘려달라는 점주들의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PC삼립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포켓몬빵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기 위해 관련 생산설비를 24시간 내내 가동하고 있음에도 제품 구입을 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원활히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