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가 너무 올라 코다리조림이나 채소볶음은 이번달부터 내놓기가 어렵게 됐어요. 식재료 중에 안 오른 것이 없지만, 더 많이 오른 메뉴부터 줄여야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점심시간에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 부부는 뷔페 음식들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오늘의 메뉴’에는 샐러드, 무생채, 고추장 불고기, 채소 크로켓, 부대찌개, 짜장 소스, 콩자반, 부추전이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7일에 올라온 메뉴는 닭고기 볶음, 김칫국, 하이라이스, 크로켓, 소시지볶음, 쌈 채소, 김치뿐이었다. 식재료값 상승에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채소나 곡물류가 들어가는 메뉴는 아예 식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가격도 지난해까지 6000원을 고수했지만, 버티다 못해 7000원으로 올렸다. 김씨는 “채소부터 수산물, 심지어는 공산품까지 식재료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뷔페식당./채민석 기자

글로벌 식량 가격이 폭등에 따른 식재료값 상승으로 다양한 식자재를 취급하는 한식뷔페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한식뷔페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어 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식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부 식당은 재료비가 많이 오른 메뉴를 다른 메뉴로 교체하거나 아예 빼고 있다. 가격을 올리는 한식뷔페도 늘고 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오모(58)씨는 최근 한 끼 식사 이용권 가격을 60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렸다. 일부 메뉴는 식단에서 제외했다. 오씨는 “두 달 전부터 고기류·채소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식용유나 밀가루값까지 오르고 있어 수익이 반토막 났다”면서 “매일 아침에 달걀과 빵을 제공했었는데 최근 메뉴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아예 문을 닫고 있다. 노량진의 한 한식뷔페 정문에는 ‘고시식당 폐업하였습니다’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사정이 어려워 폐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30여 곳의 뷔페가 폐업신고를 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업체의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가격 인상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서 월 식권을 끊고 한식뷔페를 이용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 정모(26)씨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에) 500~1000원의 인상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한식뷔페가 주는 집밥 느낌이 좋아 애용했는데, 요즘 들어 고시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라면과 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노량진의 한 한식뷔페 정문에 폐업 문구가 붙어있다. /채민석 기자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비료가 부족해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밀가루 가격은 지난 2월 초 톤(t)당 276달러였으나, 지난달 7일에는 t당 475달러까지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냉동 명태 20㎏의 가격은 5만3060원으로 1개월 전(4만7896원)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감자 가격은 20㎏당 5만2760원으로, 1개월 전(4만7140원)보다 11.9%가량 상승했다.

문제는 향후에도 식자재 수급난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제 곡물 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비축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료비가 올라 농·축·수산물 등의 생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식자재 가격이 쉽게 안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