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의 구조율이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에 따라 극명히 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신 방지용 CCTV가 투신자 구조 작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투신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다리부터 집중해 설치하다 보니 아직 한강 다리 중 절반 이상에는 단 한 대의 CCTV도 없는 상황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한 이들의 구조율은 CCTV 설치 이후 크게 올랐다. 생존자 구조율은 2010년 54.9%, 2011년 51.5%에 머물렀지만, ‘CCTV 영상감시 관제출동시스템’이 도입된 2012년에 56.1%로 올랐고, 2013년에는 95%까지 뛰었다. 이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전히 투신방지용 CCTV가 전혀 없는 한강 다리가 절반을 넘는다. 한강 다리 28곳 중 마포·한강대교 등 10곳에는 CCTV 총 572대 설치돼 있지만 나머지 18곳(양화, 원효, 동호, 잠수, 행주, 성수, 성산, 당산, 올림픽, 강동, 방화, 신행주, 청담, 가양, 마곡, 구리암사, 한강철교)에는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서울시는 오는 9월 양화·원효·동호대교에 CCTV를 56대씩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15곳이 무방비 상태로 남는다.
CCTV가 없는 한강 다리의 투신자 구조율은 CCTV가 있는 곳보다 약 10%포인트(P) 정도 떨어진다. 최근 5년 평균치를 비교하면 구조율은 CCTV가 있는 곳은 95%, 없는 곳은 85%에 달해 차이가 컸다. 초기 구조에 CCTV가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CCTV가 있으면 구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3분 이내 출동 시 구조율은 90% 정도인데 CCTV 없이 신고로 출동하면 출동 시간이 길어져 생존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신자 구조에 있어 CCTV 설치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월부터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CCTV 영상을 AI 기술로 분석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을 미리 찾아내는 ‘CCTV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AI 기술을 통해 극단적 선택 징후가 보이는 CCTV를 관제사에게 알려준다. 한강 다리 위를 배회하거나 1분 이상 신체가 난간을 넘는 경우 팝업이 뜨고 관제사는 AI가 선별한 CCTV 위주로 살핀다. 기존에는 관제사 3명이 572대의 CCTV를 12시간 동안 봐야 했지만 ‘CC TV 통합관제센터’ 운영 이후 효율이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모든 한강 다리 위에 CCTV를 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지자체 입장이다. 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설치된 다리 가운데 CCTV 내구 한도가 다 돼 교체해야 하는 곳들도 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천호대교와 광진교도 CCTV 내구 한도인 7년이 지났지만 아직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강 다리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서울시 한강 수난구조대 출동 건수는 2522건으로 2020년(1922건)보다 31% 넘게 늘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쳤고, CCTV 통합관제 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이들을 예전보다 미리 발견하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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