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친구나 연인을 만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덩달아 관련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일면식 없는 타인을 만날 경우 범죄 위험성이 커진다며 업체의 적극적인 관리와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0대 남성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이 남성은 지난 21일 전자담배로 20대 여성 B씨와 20대 여성 C씨를 여러 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B씨가 가해자인 A씨를 처음 만날 건 사건 하루 전인 20일이다. B씨는 소개팅 앱에서 전시회를 같이 볼 동행인을 구했고 A씨를 만나게 됐다. A씨와 B씨는 20일 오후 8시쯤 동대문에서 전시를 관람한 후 이태원에서 저녁을 먹었고 이후 B씨의 지인인 C씨가 합류했다.
이후 세 사람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B씨에 따르면 술자리가 이어지던 다음날 새벽 A씨가 갑자기 피해자 두 명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B씨는 “셋이서 술을 마시던 도중에 A씨가 갑자기 우리를 구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전자담배를 사용해 약 10분 동안 두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B씨는 전치 4주의 피해를 입었으며, C씨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B씨처럼 소개팅 앱에서 만난 사람에게 범죄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지난 24일에는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황인성 부장판사)가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에게 약물을 먹여 강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약사 D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D씨는 지난해 2월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의 술잔에 ‘물뽕(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의 원료(감마부티로락톤·GBL)를 타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소개팅 앱은 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만남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0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앱 상위 10개 중 3개가 소개팅 앱일 정도로 인기지만, 업체 차원의 관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사람 간 대면 만남이 제약되면서 소개팅 앱 인기도 덩달아 늘었다. 순수하게 만남의 장으로 건전하게 사용하면 좋지만 잠재적 범죄자도 있을 수 있다”며 “신분이 불확실한 상대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일을 피하려면 상대 이용자의 정보를 점검하는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소개팅 앱 이용 만남은 범죄 필요충분조건인 범죄 동기, 표적, 범죄 기회가 충분한 상황을 형성한다. 소개팅 앱은 범죄동기가 있는 잠재 범죄자들이 쉽게 표적을 구하고 범죄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서비스 가입조건을 강화하고 회원 감독을 강화하는 등 업체의 선제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수사당국이 모든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