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추월차로제’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운전자들 다수는 여전히 추월차로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들은 추월차로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를 보고받은 경찰은 구체적인 단속 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추월차로제 4년 넘었는데... 정확히 하는 운전자는 19%

2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이 의뢰한 ‘추월차로가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적 단속방안에 대한 연구’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는 대전대 산학협력단이 진행했다.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 1차선은 추월차로다. 추월을 하려는 운전자만 이용할 수 있다. 앞차를 추월할 때만 잠시 1차선에 진입했다, 추월하고 나면 다시 2차선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점 10점에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다만 차량 운행량이 많아 운행속도가 시속 80km 미만일 경우에는 1차선에서도 지속 운행이 가능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조선DB

추월차로제는 2018년 6월부터 시행됐지만, 운전자들은 여전히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이 최근 1년 사이 고속도로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운전자 8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9.1%만이 ‘추월차로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35.4%는 추월차로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거나 시행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에 따라 추월차로제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도로에 추월차로 표식이나 표지판이 부족하고, 운전면허 시험에서 추월차로제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 노면에 추월차로에 대한 표시가 있지만, 고속도로 운행 특성상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규정을 지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설문에 참여한 운전자 36.1%는 추월차로제에 대한 홍보자료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운전자 10명 중 8명은 추월차로제를 잘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단속을 하는 경찰관들 생각은 달랐다. 고속도로순찰대원 251명 중 67.7%는 운전자들이 추월차로제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운전자들이 정확한 기준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전자가 추월차로제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추월차로를 통행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교통법규 위반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추월차로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도 3차로 이상 고속도로 추월차로 단속 강화해야”

연구진은 편도 3차로 이상 고속도로에서 추월차로제를 위반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암행순찰차와 단속구간 폐쇄회로(CC)TV를 적극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구체적인 단속 기준으로 ‘추월 필요성이 없음에도 2분 이상 1차선을 정속주행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1차선에서 어느 정도 운행해야 지속 운행으로 볼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 전경. /조선DB

경찰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추월차로제 위반 차량에 대해 단속에 나설지 고심하고 있다. 고속도로 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속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연구진이 제시한 ‘1차선 2분 이상 주행’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실제 추월을 위해 1차선에 진입했지만, 2차선이 막혀 있어 어쩔 수 없이 1차선으로 달리는 차량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충분히 2차선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우에는 연구진이 제시한 2분이 아니라 1분만 달려도 법규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속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전 구간에 순찰차를 배치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교통단속에서는 애로점”이라며 “아직 특별한 기준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