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도 휴업을 하지 않거나 직원들에게 몰래 일을 시키는 부정수급자가 늘고 있다. 법조계에선 액수가 크거나 고의로 부정수급을 한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업∙휴직 수당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인원 감축 대신 고용 유지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2021년부터는 10인 미만 사업자의 무급휴직 지원이 추가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고용유지조치계획 사후신고 기간을 3일에서 30일로 연장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대표적인 정책이지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지원금을 부정수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연 및 홍보대행업체에 다니는 이모(25)씨는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을 직접 경험했다.

이씨가 다니는 회사는 지난해 11월 유급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원칙적으로 휴업 수당을 받는 회사는 근무시간을 20% 이상 단축해야 하지만,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기존 운영시간 그대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회사 경영진은 근로감독관이 직원들에게 점검차 연락해도 일한 적 없다고 대답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회사 근처에 오지 말라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이승재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최근 휴직·휴업을 한다며 지원금을 받고도 근무를 하거나 수급을 해놓고 그 돈을 다시 회사가 페이백 받는 편법 운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액수에 따라서 내부 지침이 있겠지만 액수가 크거나 수급 방식이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경우 대부분 경찰 수사가 진행돼 기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부산고용노동청과 부산경찰청은 공조 수사를 통해 5년간 고용지원금 5억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A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A씨는 부산 등에 15개 회사를 설립하거나 명의를 빌려 이들 회사에 근로자를 고용한 것처럼 고용보험에 가입시켰다. 이후 고용센터에서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고용지원금 5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중 일부 회사는 폐업시킨 뒤 허위 근로자에게 지급된 실업급여나 육아휴직 급여 5억4000만원을 받게 하고 이를 일부 돌려받기도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등 고용장려금을 지원받기 위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반환 명령을 받거나 지급 제한일부터 최대 1년간 각종 장려금 지급을 제한한다. 또 부정수급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 징수한다. A씨도 추가징수액을 포함해 14억8000만원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제도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뜻하지 않게 부정수급자가 되는 일도 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코로나로 지난해 매출이 2020년 대비 30~40%가량 줄었다. 생계를 걱정하던 차 고용유지지원금을 알게 돼 신청했으나, 당시에는 휴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게를 계속 운영했다. 결국 고용노동부 현장조사로 적발되어 부정수급을 인정하고 보조금을 환수하는 동시에 2배의 징수액을 물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직원을 허위로 등록하여 인건비를 지급 받는 경우’ ‘동일한 사업 계획에 대해 서로 다른 부처로부터 보조금을 각각 수급하는 경우’ 역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

이 변호사는 “고의 범죄로 분류되면 수급액의 다섯 배까지 토해내야 한다. 작은 사업장은 몇천만원 수급하고 억대 징수금을 물어주는 경우도 있어 폐업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작년에 코로나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 이런 안타까운 경우도 증가했다. 초범은 징역형까지 받지는 않으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기 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업 수당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단위를 시간이 아닌 일 단위로 바꾸거나, 특정 요일만 운영하게 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유지지원금 개정안을 올해 안에는 적용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