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권총 사격 훈련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격 점수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평가 중심의 사격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사건 현장을 충실히 반영해 실전성을 갖춘 새로운 훈련 방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5월 ‘경찰관 사격 훈련 개선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평가 중심의 사격 훈련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새로운 사격 훈련 방식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사격훈련을 근무성적에 반영하지 않거나 보다 제한적으로 반영하는 등 방법을 검토·추진해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격 점수가 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경찰관들은 고득점을 취득하는 ‘노하우 학습’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사격 점수가 낮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수준에 맞는 별도 훈련 방법 개발을 통해 사격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경찰은 경감 이하 전 경찰관을 대상으로 정례사격 연 2회, 지역경찰 등 외근요원을 대상으로 특별사격 연 2회 등 1년에 네 차례에 걸쳐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격 훈련은 15m 거리에 있는 고정표적지를 대상으로 완사 10발과 속사 20발 등 총 30발을 사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완사 100점, 속사 200점 등 총 300점 만점으로 평가해 1~5등급을 부여한다. 1등급을 받으면 인사고과 점수가 3점이고, 5등급은 2점이다.
앞서 경찰은 사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9년 평가등급을 8개에서 5개로 축소하고, 최고·최저점수 편차를 1.4점에서 1점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격 점수가 인사고과에 반영돼 고득점 중심의 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 훈련이라는 명칭과 달리 ‘훈련’이 아닌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현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한 훈련방법도 개발된다. 외근조끼를 착용하고, 팔벌려뛰기 후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격하는 등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사격을 하는 방식이다. 그밖에 실탄 수를 확대하고, 사격 거리를 다변화하는 방법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이 경찰 역량 중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면서도 “중요하다고 해서 매번 평가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격 훈련) 저조자를 엄격하게 선별하고 해당 경찰관에 대해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