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아 18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액 중 17억원 상당이 비트코인이었으며, 가상화폐 피해 사례 중 1인 최대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일 A씨는 모 검찰청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당신 명의의 대포통장이 300억원 상당 사기 범죄에 이용됐으니 약식 비대면 피해자 조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일러스트=정다운

A씨는 공소장을 비롯해 관련 사건 서류들을 메신저로 받자 당황한 나머지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명목으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이는 A씨 휴대전화로 거는 전화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원격조종 앱이었다.

앱 설치를 마친 A씨에게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이라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와 “국고 환수 후 복구되는 절차”라며 A씨에게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의심을 하자 보이스피싱 일당은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알아낸 A씨의 지인의 이름을 대며 “공범 아니냐”고 몰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A씨 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금과 신용대출 등 8억원을 은행 계좌로 이체시킨 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게 했다”며 “이어 비트코인을 사기범의 특정 아이디로 출금하게 하는 식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A씨는 가상화폐로만 17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1억원은 현금으로 수거책에게 직접 건네는 등 피해액이 18억원에 이른다고 전해졌다.

이후 보이스피싱 일당은 잠적했고, 뒤늦게 사기 사실을 깨달은 A씨는 지난달 23일 경찰에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17억원이라는 가상화폐 피해 액수가 보이스피싱 범죄 중 1인 기준으로 최대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측은 “너무 조직적인 수법에 정신 차릴 새 없이 당했다”며 “사금융 대출 이자로 한 달에 2천만원 넘게 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빚의 압박으로 잠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고 현금 수거책의 뒤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