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에게 강압적으로 뒷수갑을 채워 체포한 조치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피해자 가족과 함께 안산 와동파출소 관계자 등에 대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장애인단체들에 따르면 고씨는 5월 11일 오후 8시 25분쯤 안산 단원구 자택 앞에서 귀가 예정인 어머니와 누나를 기다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고씨는 장애 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인으로 평소 혼잣말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길을 지나가던 중년 여성은 고씨를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와동파출소 경찰관 4명은 고씨에게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하고 신고 내용에 대해 물었으나, 평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씨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고씨에게 출입국관리법상 신분증 미소지, 협박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고씨에게 뒷수갑을 채웠고, 고씨가 이에 저항하자 강압적으로 경찰차에 밀어 넣은 뒤 파출소에 인치했다는 게 장애인단체 설명이다.

이후 경찰은 고씨가 내국인이며 지적장애 2급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고씨 측은 경찰이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장애인 아들을 목걸이도 없이 밖에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면박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고씨는 체포 과정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로 인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리를 스스로 벽에 부딪히는 자해를 반복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 사건 진정대리를 맡은 나동환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은 언어를 통한 의사표현이 어려워 스스로 자기권리옹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사사법절차에서 더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부당하게 뒷수갑이 채워진 채 파출소에 끌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뢰관계인 동석, 의사소통 조력 등 발달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지원의 규정들이 작동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와동파출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씨가 현장을 이탈하려 하고 체포에 강하게 저항해 뒷수갑을 채워 연행했다”면서도 “파출소 인치 후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씨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장애인임을 알고 바로 수갑을 풀어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씨 가족 등은 경찰관들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적·강압적 언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시 사건을 처리한 경찰관들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적 언행등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