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치료를 잘 한다는 말만 믿고 갔는데 진료비를 세 배나 덤터기 썼다.”

최근 병원과 환자 사이의 의료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환자가 정보 격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병원 측이 제대로 가격을 고지하지 않은 채 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의사와 달리 고가에 진료를 받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술 시 환자들에게 비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한 뒤 충분한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하지정맥류를 앓아온 최모(62)씨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의 A흉부외과 의원으로부터 1400만원짜리 영수증을 전달받았다. 최씨는 A의원이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으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해당 의원을 찾았다. 최씨에 따르면 A의원은 예진부터 수술 동의서 작성까지 최씨에게 가격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병원비에 최씨는 “말 그대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병원비 1400만원이 청구된 강남의 한 하지정맥류 전문 의원 영수증. /독자 제공

최씨 측에 따르면 최씨가 병원을 방문한 당일, 병원 측은 비용 고지 없이 바로 진료를 시작했고 최씨는 의사가 건넨 서류에 서명을 한 뒤에야 해당 병원의 실장으로부터 수술비가 140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씨에 따르면 최씨가 의사로부터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서명한 서류는 수술동의서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수술은 급여 대상 수술 한 종류와 비급여 대상 수술 세 종류가 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급여, 그렇지 않은 항목은 비급여라고 한다. 비급여 대상 수술비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의 경우 급여 대상 수술은 사지정맥류 국소치료에서 경화요법과 국소제거술이 있으며, 광범위정맥류발거술이 있다. 비급여 대상 수술은 고주파정맥내막폐쇄술, 광투시정맥흡입제거술, 레이저정맥폐쇄술, 초음파유도하혈 관경화요법이 있다. 최씨는 병원의 추천으로 비급여 대상인 레이저정맥폐쇄술을 받았는데,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에서는 180만~250만원에 가능한 수술이다.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상습적으로 대리수술한 정황이 담긴 동영상 자료가 공개됐다. 사진은 동영상 화면 중 간호조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최씨 측은 “병원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진료부터 수술까지 전 과정에서 환자 배려 없이 이득만 챙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의사와의 상담에서 이 시술이 꼭 필요한 건지 물었을 때마저 구체적인 이유는 듣지 못했다”며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책정된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A의원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는 원장 재량으로 병원마다 다르게 책정되는 건 맞다”며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씨 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관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대리 수술 의혹이 제기돼 소속 의사와 간호조무사 6명이 광주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광주의 B척추전문병원에서도 과잉수술과 비급여 의료용품 부당청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B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을 제기한 의사 C씨는 “과잉수술에 따른 수술재료 부당청구로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해당 병원의 D의사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광주경찰청에 냈다고 14일 밝혔다. 그는 “병원이 6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지키지 않고 과잉수술을 독려했다”며 “기준 미준수로 인한 요양급여 삭감분을 상쇄하기 위해 비싼 비급여 수술 재료를 허위처방해 이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척추 수술의 과잉을 막기 위해 위중한 사안을 제외하고 6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의무화하고 있다. C씨는 “B병원은 환자에게 허위처방한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고 의료업체에 다시 반품해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었다는 확인 절차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이원 의료 전문변호사는 “지금은 수술 전에 수술동의서만으로 모든 확인 절차를 마치고 있다”며 “특히 노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수술절차나 가격에 대한 설명을 모두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비가 한두푼도 아니고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되면 누군가의 월급이나 다름없다”며 “단순 서명 뿐 아니라 환자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진료비에 대한 설명을 납득했다는 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