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관련 법 규정에 구멍이 많아 제대로 된 후속 조치나 사고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주인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을 안락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공격성 여부 등을 정밀 측정하고 유기견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한다.
◇ 동물보호법은 ‘반려견법’?… 들개 사고 막을 법 없어 지자체 자구책만
현행 동물보호법은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생후 3개월 이상인 맹견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이동장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들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등에는 출입할 수 없으며 견주들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위 조항들을 어기거나 맹견을 유기할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보호자가 있는 반려견에 대한 관리 의무일 뿐이라 동물보호법에 따라 들개 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
설령 동물보호법에 ‘주인 없는 맹견’에 대한 규제와 처분 조항을 추가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대부분의 들개 사고는 토종 잡종견 등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법은 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다섯 종, 그리고 이들과의 잡종견만 ‘맹견’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개 사고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자 자구책을 강구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은 들개 사고를 막겠다며 대대적인 ‘들개 포획 작업’에 나섰다. 남양주시를 비롯해 파주, 전북 전주시, 인천시 등은 들개 포획단을 꾸리거나, 들개를 잡아오는 시민에게 수십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양주시는 지난달 사고 이후 들개 출목지역에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일주일 동안 잡힌 들개는 강아지 2~3마리가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이같은 방법의 들개 포획이 사고 예방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포상금제를 실시할 경우 유실견을 잡아가거나 자신의 반려견마저 데려가 포상금을 타는 등 부작용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사고견 안락사가 답?…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들개 사고
이미 발생한 들개 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도 현행 법에서는 허점이 많다. 사고견이 보호자가 있다면 견주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견주가 없는 경우 ‘야생동물에 의한 단순 사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도 사고견 처분에 대한 조항은 명시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사고의 책임소재는 물론 사고견을 어떻게 처리할 지마저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에서는 주인 없는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사고견의 견주를 찾지 못한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고견은 한 달가량 시 유기동물보호소에 머무르다 최근 다시 경찰에 인계돼 증거물로 관리받고 있다. 사고견은 건강한 상태로 애견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람을 문 개는 반드시 안락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형욱 동물훈련사는 지난달 남양주 개물림 사고에 대해 “훈련사로서는 ‘훈련으로 교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책임이 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라면 안락사 시킬 거라고 강하게 표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안락사는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기질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림 사고가 사고견의 태생적인 공격기질에서 비롯한 것인지, 자기 방어 차원이었는지를 먼저 평가하자는 것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들개라고 해서 다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사고견의 공격성이 기질에서 비롯한 건지 당시 특수한 상황이 있었던 것인지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며 “사고견이라고 해도 공격성을 반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안락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영국 등 국가에서는 개가 사람을 물어 다치거나 숨지게 할 경우, 기질평가를 거친 뒤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용역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고견 등을 대상으로 공격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들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유기·유실견을 줄여나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대표는 “들개 사고는 결국 사람이 개를 버리거나 방치한 결과”라며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반려견을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등 반려동물 양육 기준을 강력하게 권고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방치된 개라면 적어도 무분별한 번식만은 막아야 한다”며 “마당개, 떠돌이개 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중성화 수술 지원을 정책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