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이 총회를 거치지 않고 ‘조합 설립 신청을 못 하면 분담금 전액 환불’을 약정한 것은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다만 조합 설립 인가 후 분담금을 일부 낸 조합원들이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부산 북구의 A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4명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분담금 반환 소송에서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 4명은 2016~2017년 각각 A 조합 가입 계약을 맺었다. 당시 조합은 가입자들에게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못 해 사업이 무산되면 계약금 전액을 돌려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안심보장확약서를 줬다고 한다.

A 조합은 2019년 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원 4명은 인가 전후에 분담금 일부를 냈다.

그런데 이 조합원들은 2022년 8월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환불 보장 약정을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무효인 내용을 포함한 계약 자체가 취소되어야 하므로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소송과 별개로 A 조합은 그해 11월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을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1심은 조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합이 분담금을 돌려주라고 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분담금은 조합원들이 함 소유하는 총유(總有)물”이라며 “총회 결의 없이 분담금을 감소시키는 환불 보장 약정을 한 것은 무효”라고 했다. 민법 137조는 법률행위 일부가 무효이면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은 조합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조합 설립 인가 이후 분담금 일부를 낸 점에 주목했다. 조합 설립이 무사히 진행돼, 환불을 받을 수 없는 것을 알고도 분담금을 냈으므로 계약을 무효로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민법에선 무효로 판단하는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무효가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조합원들은 환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담금 상당액을 납부했다”고 했다. 이어 “A 조합은 조합원들이 환불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 가입 계약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믿고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런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