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6월 5일 오후 2시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DL그룹 산하 건설회사인 DL이앤씨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법인세 1136억원을 깎아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DL이앤씨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현지 법인에 수천억원을 빌려준 뒤 이 채권을 출자 전환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세금을 줄여달라고 했지만 세무 당국에 이어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DL이앤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DL이앤씨가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DL이앤씨에 지난 4월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5일 전해졌다.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의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3~2015년 DL이앤씨는 현지 법인에 7억5500만달러를 대여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문 D타워 DL이앤씨 본사. / 조선비즈DB

이 채권 가운데 6억4000만달러를 현지 법인 주식 240만주로 돌리는 출자 전환이 2015년에 이뤄졌다. 6억4000만달러는 당시 환율로 7579억5200만원이었는데, 현지 법인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주가는 0원으로 평가돼 있었다. DL이앤씨는 실질적으로 7579억5200만원의 손실을 봤지만 2015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에서 이를 비용 처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DL그룹이 202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림산업을 지주회사 DL과 건설 담당 회사 DL이앤씨로 인적 분할했다. 그러면서 DL이앤씨는 서울 종로세무서에 사우디 현지 법인 출자 전환으로 발생한 손실을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5 사업연도 법인세에서 1136억원을 깎아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종로세무서는 이를 거부했다. 세무서는 “국내 법인과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조세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출자 전환에 따른 손실은) 손금(損金·세법상 인정되는 비용) 산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DL이앤씨가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1심 법원도 종로세무서 판단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우디 현지 법인 주식은 경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가치가 0원”이라며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은 이미 사우디 현지 법인 주식 98%를 보유하고 있어 출자 전환의 별다른 실익이 없었다”고 했다. DL이앤씨가 신규 수주를 위해 출자 전환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가 필요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법인세법은 손금 산입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시가 0원인 주식으로 출자 전환한 뒤 그 손실을 당연히 손금으로 산입하면 법 조항을 회피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DL이앤씨가 별다른 실익 없이 대여금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했는데 이와 관련해 손실이 생겼어도 세금을 낮춰줄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자 DL이앤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