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 A사는 ‘직원들이 거래처에서 뒷돈을 받고 있다’는 익명의 사내 제보를 받았다. A사는 법무법인 화우(대표변호사 이명수)에 내부 조사를 의뢰했다. 화우는 올해 초 새로 만든 HIT(Hwawoo Investigation & Intelligence Team)에 이 사안을 맡겼다.
HIT는 몇 개월 뒤 제보에 언급된 직원이 실제로 거래처에서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 A사에 보고했다. 뒷돈을 받은 사람으로 지목된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업무용 노트북, 사내 이메일, 메신저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HIT는 또 얼마전 퇴사한 한 직원이 이 사건의 제보자로 찍혀 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사표를 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HIT는 A사에 접대와 직장 내 괴롭힘에 연루된 직원들의 징계 수위를 제안했다.
화우는 올해 초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 강남일(사법연수원 23기)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HIT를 출범했다. HIT는 수사 대응부터 기업 내부 조사까지 폭넓게 담당하는 통합 전문팀을 목표로 한다. 출범 이후 국내외 기업의 영업비밀, 정보보안, 회계부정, 경영권 분쟁, 인수합병(M&A)·공급망·기업공개(IPO) 실사와 해외부패방지법(FCAP), 불법자금세탁방지 심사(AML)와 관련한 사건을 맡았다. 최근에는 회계부정, 직장 내 괴롭힘 등 외부 전문가의 조사가 필요한 임직원 비리 관련 자문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HIT에서 수사대응을 총괄하는 강 대표변호사는 1997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2부장 등을 지냈다. 2017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대검 차장검사를 역임하고 2020년 대전고검장을 지냈다.
강 대표변호사는 금융조세조사부장 재직 때 대기업과 미술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서미갤러리 대표 사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 재향군인회 부실 대출 사건 등을 수사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내려갈 것을 알고 미리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한 박근혜 전 대통령 조카사위를 기소하기도 했다.
HIT에는 강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검찰·경찰 출신 수사 전문가와 포렌식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검사 출신 홍경호(30기) 변호사도 HIT 한 축을 맡고 있다. 홍 변호사는 수원지검 검사 출신이다. 변호사로는 삼성물산 합병 사건, 다국적 담배회사 조세 사건,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 사건, 대한항공 항로변경 사건 등 화우가 맡은 주요 형사 사건 대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임희성(37기) 변호사는 안산지청 등에서 검사를 했고 제주도 특별법무보좌관으로 일했다. 화우 디지털포렌식센터장으로 10대 그룹에 속한 기업 70여개를 자문하고 있다.
HIT에는 경찰, 검찰 수사관 출신도 다수 소속돼 있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출신 조현석(로스쿨 1기) 변호사,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 수사관 출신 이규춘 전문위원, 서울중앙지검 수사정보과 수사관 출신 정찬용 전문위원이 HIT 업무를 하고 있다.
임희성 변호사는 “HIT는 수사 대응뿐 아니라 기업 내부 조사가 필요한 다양한 사안에 대해 수사·포렌식 전문가와 산업군·전문 분야별 맞춤형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원팀으로 대응한다”고 했다. 이어 “규제기관 대응에서 나아가 각 기업에 내재된 리스크를 정확히 진단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