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쿠팡을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쿠팡이 직매입 상품과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상단에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처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쿠팡을 검찰에 고발한 지 11개월 만에 나왔다.

쿠팡 본사. / 뉴스1

1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상혁)는 쿠팡과 자회사 CPLB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CPLB는 쿠팡 PB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회사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6월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액수는 국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쿠팡이 직접 사서 판매하는 직매입 상품과, 자체적으로 만든 PB 상품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외부 판매자의 상품보다 상단에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또 쿠팡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긍정적으로 쓰게 해 소비자들이 오인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사의 고객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誘引)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사건을 11개월간 수사한 검찰은 쿠팡이 2019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직매입·PB 상품 5만1300개에 대해 검색순위를 임의로 지정해 상위에 고정 배치했다고 결론냈다. 쿠팡은 소비자들에게 검색순위가 상품의 기존 판매실적과 사용자 선호도, 상품정보 충실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평가해 객관적으로 산출됐다고 고지했으나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쿠팡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일부 직매입·PB상품에 대해선 검색순위 산정에 쓰이는 기본점수를 최대 1.5배 가중하는 식으로 검색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쿠팡은 ‘직매입상품’ 및 ‘PB상품’이 경쟁사업자의 상품인 ‘중개상품’보다 우량·유리한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중개상품 판매업자의 고객을 유인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알고리즘 조작 행위는 쿠팡과 CPLB의 역할 분담을 통해 이뤄졌다. 쿠팡 직매입·PB 상품 담당 부서와 CPLB가 상단에 배치할 상품을 선정하고, 랭킹 개발·운영부서가 선정된 상품을 특정 검색순위에 고정 배치하거나, 기본점수를 가중하는 식으로 최종 검색순위를 상승시켰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다만 검찰은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작성하도록 한 부분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색 순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긍정적 후기 작성을 강제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날 검찰 처분에 대해 쿠팡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집행정지 해달라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시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은 인용했으나 과징금은 내라고 했다. 시정명령은 ‘향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후기 작성 등 불법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안 소송은 현재 서울고법 행정7부에서 진행 중이다. 쿠팡 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