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 사건에서 이 후보는 앞서 1심 유죄, 2심 무죄를 각각 받았는데 이날 대법원의 파기 환송으로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6·3 대선 전에 판결이 확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결정이 나오면서 대선 과정에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로서는 유죄가 확정되지는 않아 이 후보의 6·3 대선 출마에 법적 장애는 없는 상태다.
이날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정은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 가운데 10명이 동의한 다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전원합의체는 과반수(7명)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게 돼 있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무죄로 봤던 이 후보의 ‘김문기 골프 관련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반대로 판결했던 2심에 대해서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 대법 “李 ‘김문기와 해외 출장 중 골프 안 쳤다’ 취지 발언, 허위사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2021년 12월 TV 방송과 라디오에 나와 ‘대장동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처장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안 쳤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이 커지면서 이 후보가 김문기씨와 함께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고 거기서 골프를 쳤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후보가 김문기씨를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가까운 관계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또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와 김문기씨와 출장 중에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한 이 후보의 발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채널A 방송에 나와 “(국민의힘이) 4명 사진을 찍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일행 단체 사진 중에 일부를 떼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한 것이 있다. 또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문기와) 해외 출장을 같이 갔지만, 하위 직원이라 저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라고 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 모든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과 관련해선 “국민의힘이 10명 단체 사진을 4명으로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볼 여지가 있고, 사진 찍힌 날 골프를 친 것도 아니니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문기와 출장을 갔지만 기억이 안난다’는 발언에 대해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인식을 뒷받침하는 논거일 뿐 독자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피고인(이재명)과 김문기의 골프 동반 행위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재명)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 “李 ‘국토부 압박에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발언, 허위사실 공표"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었던 2015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단번에 4단계나 올려준 것이 과거 이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인섭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의혹에 답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용도 변경 요청을 받고 불가피하게 용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또 “국토부 공무원들이 ‘용도 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2심은 이 후보 발언이 의견 표명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했다.
◇ 文 전 대통령 임명한 이흥구·오경미 ‘반대 의견’
한편,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은 ‘김문기 골프 관련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두 사람은 골프 발언에 대해 “과거 6,7년 전에 있었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되었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서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