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전원합의체 회의를 지난 22일에 이어 오는 24일에도 열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6·3 대통령선거 전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 지에 따라 이 전 대표의 출마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세 가지 카드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 가지 카드로는 ‘상고 기각으로 무죄 확정’, ‘파기 자판’과 ‘파기 환송’이 가능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있는 한 변호사는 “세 가지 카드가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카드 ① 상고 기각으로 무죄 확정
이재명 전 대표는 선거법 위반 이외의 사건에서는 아직 1심 재판을 받고 있거나 1심 무죄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상고 기각으로 무죄 확정을 할 수 있다. 6·3 대선 전에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는 대선 출마에 법적 장애가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전 대표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확정을 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에게 면벌부를 줬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선 전에 상고 기각으로 무죄 확정을 한다면 이 전 대표에 대한 다른 재판들에 대해서도 예단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헌법 84조에 따라 모든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 해석을 놓고 ‘대통령 당선 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던 재판도 중단된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카드 ② 파기 자판
대법원이 상고심 재판에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파기 결정을 내리게 된다. 파기한 뒤에 대법원이 직접 판결을 내리는 방식을 파기 자판이라고 한다. 반대로 하급심에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판결하게 하는 방식은 파기 환송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파기 자판을 하게 되면 파기 환송보다 빨리 판결을 확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파기 자판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대법원이 항소심 무죄 사건을 파기 자판으로 유죄 확정한 사례가 지난 2002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법조인은 “항소심 전부 무죄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자판하려면 법적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무죄를 유죄로 한 뒤에 형량을 정하려면 사실 관계를 심리해야 하는데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이 부분을 진행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법조인은 “대법원이 파기 자판을 할 수 있는 법적 논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특정인 처벌을 위한 수단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드 ③ 파기 환송
대법원이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 사건은 앞서 항소심이 진행됐던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로 내려간다. 일반적으로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 고법도 이에 따라 판결하게 된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6·3 대선 전에 판결 확정이 어려울 수 있다.
한 법조인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한다면 대선 전에 이 전 대표의 출마와 관련된 법적 논란을 매듭짓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흔치 않지만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에 대해 고법이 다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셔틀식으로 사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